이주열 총재, 부양 압박에 선긋기
“재정, 구조조정 정책과 같이 가야”
“정부, 국회에 역할 분담 요구” 분석
“조건부 인하 카드 제시” 해석도
與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에도
“중앙銀 원칙 따를 것” 거리 둬
“재정정책과 구조조정 정책이 따르지 않으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봐도 됩니까?” (기자)
“금리정책도 재정ㆍ구조조정 정책과 같이 가야만 효과가 크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4월 총선 이후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19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은행을 향한 경기부양 압박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정부ㆍ여당이 국회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되는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강화할 거란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작심한 듯 쏟아낸 이 총재의 발언은, 정부의 재정ㆍ구조조정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 ‘나홀로 금리인하’는 없을 거란 시그널로 읽힌다. 시장에서는 “정부를 향해 ‘조건부 금리인하’ 카드를 제시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실제 이 총재는 다른 정책과의 시너지 효과가 없으면 자칫 정책여력만 소진한 채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경제상황이 불확실할 때 섣불리 통화정책 여력을 소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산업은행의 채권 등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한은법을 개정해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돈을 지원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에 대해서도 적절한 거리를 뒀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중앙은행으로서 관심을 갖고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중요 과제”라고 평하면서도,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한다면 법 테두리 내에서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에 따라 하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구조조정이라는 큰 문제에 중앙은행이 나서야 할 상황이 되면 지금 현재 수단으로도 적합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총재가 “재정ㆍ구조조정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이제 공은 정부와 국회로 넘어갔다.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강명헌 단국대 교수는 “이 총재의 오늘 발언은 한은에게만 경기부양에 나서라고 할 게 아니라 정부ㆍ중앙은행ㆍ국회 모두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을 때도 금리 인하에 주저하던 한은은 정부가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방침을 밝힌 직후, 금리를 1.75%에서 1.5%로 내린 전례가 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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