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4ㆍ토트넘)의 팀내 입지가 대폭 줄어들어 ‘대사’를 앞둔 한국 축구 두 대표팀에 비상등이 켜졌다.
손흥민은 19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스토크 온 트랜드의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스토크시티와 원정 경기에 후반 종료 직전 교체 출전해 4분을 뛰는데 그쳤다. 이날 2위 토트넘은 선두 스토크시티(승점 73)를 4-0으로 대파해 승점 68로, 선두 레스터시티(승점 73)와 승점 차를 5로 좁혔다.
시즌 막바지 토트넘이 신바람을 내면 낼수록 손흥민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양상이다. 대역전 희망에 부푼 토트넘은 잔여 4경기 동안 베스트 라인업으로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당연히 주전에서 배제된 손흥민의 자리는 없다. 이날 경기 역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4ㆍ토트넘) 감독이 꺼내든 최상의 조합 가운데 공격을 이끈 4명이 모두 공격 포인트를 올려 손흥민을 더욱 압박했다. 지난 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교체 선수로 후반 44분 나와 6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손흥민의 2경기 합계 출전시간은 단 10분이다.
이런 상황은 시즌 종료까지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어서 2회 연속 올림픽 메달과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공격수이자 23세 이하 올림픽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 모두에 발탁될 중추 선수라는 점에서 기타 유럽에서 출전시간 확보에 애를 먹는 선수들과는 또 다르다. 다시 말해 마땅한 대체자가 없다. 신태용(46)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가장 먼저 손흥민을 와일드카드로 낙점한 배경이기도 하다.
문제는 신 감독과 성인대표팀을 이끄는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감독이 선발 기준의 최우선 요건으로 강조한 실전 경기감각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아무리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 경기를 해도 실전은 다르다”며 “경기력이 100이라고 할 때 꾸준히 뛰지 못하면 70~80도 제대로 발휘 못 한다”고 할 만큼 실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최악의 경우 지난 3일 리버풀전(선발 출장)부터 6월 초 대표팀 평가전까지 두 달간을 제대로 된 실전 없이 허송세월을 할 처지다.
토트넘이 EPL 최종 라운드가 펼쳐지는 5월15일까지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손흥민은 리그를 끝내고 6월 초 유럽에서 치를 스페인ㆍ체코와 국가대표팀 원정 평가전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ㆍ홍정호(27ㆍ아우크스부르크) 등 유력한 올림픽 와일드카드 후보들을 6월 A매치 기간에 국가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에서 한 번씩 활용하기 위해 두 대표팀이 함께 유럽 원정을 떠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올림픽 대표팀 역시 6월 초 A매치 기간에 맞춰 최종 엔트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을 다시 불러 모아 두 차례 정도 친선경기를 모색하고 있다.
손흥민 입장에서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모두 대비해야 하는 일정도 만만찮은 숙제다. 신태용호는 6월 하순 본선 무대를 밟을 18인 최종 엔트리가 확정되는 대로 7월 초 1차 국내소집훈련을 통해 최종 담금질에 들어가는 수순이 예상된다. 이후 브라질 또는 제3국에서 추가 평가전을 추진하고 늦어도 7월 말에는 첫 경기 장소인 브라질 사우바도르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결승전이 8월 21일로 예정된 올림픽 출전 후에는 9월 1일 중국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에 임해야 하는 쉴 틈 없는 스케줄이 손흥민 앞에 놓였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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