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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되니까 음정 안 맞춰도 하나가 될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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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되니까 음정 안 맞춰도 하나가 될때 있어요”

입력
2016.04.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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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셋이 활동할 때 가장 애로사항은 공연 당일 드레스와 헤어스타일을 정하는 거란다. 인터뷰 전날 ‘드레스 회의’를 했다는 세 사람은 “30주년 40주년 연주회에서 입을 드레도 함께 골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지윤, 이효주, 이정란씨. 목프러덕션 제공
여자 셋이 활동할 때 가장 애로사항은 공연 당일 드레스와 헤어스타일을 정하는 거란다. 인터뷰 전날 ‘드레스 회의’를 했다는 세 사람은 “30주년 40주년 연주회에서 입을 드레도 함께 골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지윤, 이효주, 이정란씨. 목프러덕션 제공

“저희 이름이요? 활에 송진 바르고 있었는데, 제품 이름이 ‘제이드’였거든요.”(박지윤) “우리도 몰랐던 거네! ‘옥(玉 jade)’같은 음악하자는 뜻 아니었어?”(이효주)

사춘기가 한참 지났건만, 여자 셋이 모이니 질문만 던지면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연신 웃음보를 터뜨린다. 올해로 결성 10년을 맞은 실내악 그룹 트리오 제이드다. 박지윤(31ㆍ바이올린), 이정란(33ㆍ첼로), 이효주(31ㆍ피아노)로 구성된 이들이 의기투합 한지 10년을 맞아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기념 연주회를 연다.

트리오 제이드 3인은 15일 한국일보와 만나 “학생 시절에 실내악 배우고 싶어 결성했는데, 10년을 함께 할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예원학교 선후배였던 세 사람이 ‘급격하게’ 친해진 건 2002년 프랑스 파리고등음악원에 동시에 입학하면서부터. 졸업 후 각자 솔로 활동을 하며 제네바, 퀸 엘리자베스, 윤이상국제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이들은 2006년 6월 이정란이 초청된 프랑스 남부 나르본의 퐁프로아드 페스티벌에서 팀을 결성했고 내친김에 9월 파리고등음악원 대학원에서 실내악 전문사 과정에도 함께 입학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겼었죠. 개인 콩쿠르만 나가봐서 각자 소리 내는 데만 신경썼거든요. 첼로는 음역대가 낮아서 다른 소리에 잘 묻혀요. ‘효주야 피아노 왜 그렇게 크게 치냐, 두껍다’며 투정도 부리고 했죠.”(이정란) 듣고 있던 이효주가 까르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항상 솔로처럼 쳤어요.”

자주 모여 연습하고 싶지만 각각 한국과 프랑스에 살고 있어 쉽게 모이지는 못한다. 맏언니 이정란은 졸업 후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시향에서 첼로 부수석을 맡다가 솔로로 독립했다. 박지윤은 2011년부터 프랑스 페이 드 라 루와 국립오케스트라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효주는 솔로로 활동 중이다. 리허설과 연습, 공연을 위해 1년에 3, 4차례 모여 한 번에 한 달 정도 합숙을 하면서 연습한다.

“콰르텟은 리더가 있어야 하는데 트리오는 세 악기가 골고루 빛날 수 있는 편성이라 매력있어요. 10년쯤 되니까 이제 말 안 해도 서로 음악을 맞춰 연주하죠.”(박지윤) “실내악에서 제일 중요한 게 서로를 향해 귀기울이는 거에요. 인격에 대한 존중, 사랑이 시간과 함께 만들어진 것 같아요.”(이효주) 이효주가 달뜬 목소리로 “(연습 때) 표면적인 소리 넘어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프레이징(음 해석을 끊는 단위)이나 음정을 맞추지 않아도 하나가 될 때가 있다”고 자랑하니, 박지윤이 외친다. “그 정도는 아냐, 우리 오늘부터 연습 많이 해야돼.” 대학에서 첼로 강의를 하는 이정란은 트리오제이드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을 보면서 사명감도 생겼단다.

‘셋을 위한 슈베르트’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전곡(3곡)을 연주한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수상했던 슈베르트 콩쿠르 당시의 희열감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란다. “저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결심’을 하고 나간 콩쿠르예요. 지윤이는 소매치기를 당해 운주법 적어놓은 악보를 도둑맞고 무대에 올랐죠.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연주했는데 이 친구들이 저를 참 배려해준다는 느낌,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거든요. 그 순간을 한국관객과 나누고 싶어요.”(이정란)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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