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로브스키는 중국의 정수사업을 돕기 위해 투자했습니다. 이 세계에 반짝이는 액세서리뿐 아니라 반짝이는 물도 선사하고 있는 거죠. 럭셔리 브랜드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가, 단지 럭셔리 상품을 파는 것만으로는 왜 충분치 않은가도 중심 주제로 다룰 겁니다.”
럭셔리 업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의 럭셔리를 도모하는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컨퍼런스’를 앞두고, 19일 행사를 주관하는 수지 멘키스(73) 인터내셔널 보그 에디터가 기자들과 만났다. 25년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패션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펜촉 하나로 세계적 디자이너들을 들었다 놨다 했던 이 패션계의 여제는 특유의 말아 올린 앞머리와 경쾌한 목소리로 왜 서울이 미래의 럭셔리 수도로 호명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제1회 행사가 열렸던 럭셔리 컨퍼런스는 보그, GQ, 배니티 페어 등 세계적 패션지를 발행하는 이탈리아 미디어 그룹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이 주최하고 멘키스가 주관 및 진행을 책임지고 있는 행사다.
20, 21일 이틀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2회 럭셔리 컨퍼런스는 지난해부터 봇물 터지듯 이어진 서울을 향한 하이패션의 러브콜 중에서도 유독 많은 관심을 모았다. 상하이도, 도쿄도 아니고, 왜 서울인가. “한국이야말로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가장 핫한 곳이니까요. 에너지가 넘칠 뿐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많고 마인드가 개방돼 있죠. 중국이 중요한 시장이고, 20년 전에는 일본이 럭셔리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한국이 뷰티와 성형 등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아시아의 패션을 주도하고 있어요.”
럭셔리 컨퍼런스는 “가시적 성과보다는 전 세계가 패션의 지식과 미래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멘키스는 “입장권이 비싸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기는 어렵겠지만 언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널리 공유하고 시각과 마인드를 넓혀주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졸리 마담’(아름다운 여성)이라는 특유의 전통적 스타일을 지녔던 발망을 화려하고 파워풀한 현대적 브랜드로 바꿔낸 올리비에 루스텡의 인스타그램 전략 같은 것이 모두가 공유할 만한 좋은 예. 그래서 컨퍼런스 첫 연사가 루스텡이다.
누군가는 열광하고 누군가는 비난하는 럭셔리, 그 정의는 무엇일까. “내게 럭셔리란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죠. 나의 감각을 자극하는 것, 코 끝을 스치는 좋은 냄새, 옷이 팔에 닿는 부드러운 촉감, 그런 즐거움이 럭셔리예요. 감각적인 쾌락인 만큼 비밀스런 영역에 속하고요. 커다란 로고가 찍힌 비싼 핸드백은 내 기준으로는 럭셔리가 아닙니다.” 멘키스는 “럭셔리 상품을 살 수 있을 만큼 부유하고 행복한 사람들이 그보다 불운한 사람들에 대해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럭셔리 기업의 책임과 사회공헌과도 강조했다.
K-럭셔리에 대해서는 “시간이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한국 정부가 한류를 적극 지원한 것처럼 K-럭셔리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럭셔리가 기술력만으로 구현 가능한 것이 아닌 만큼 마케팅이 관건임을 강조했다. “K-팝, K-필름처럼 K-럭셔리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기술은 이미 충분해요. 문제는 마케팅이죠.”
이번 행사에는 패션계의 가장 핫한 아이콘인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스텡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패션 파트너십 총괄 에바 첸, 코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이 연사로 나서고, 루이비통 모엣 헤네시(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 등 업계 리더 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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