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폭행사건이 치명타
국민의 연민 반년도 안 돼 소진
불순 강조한 보수 담론 등이 원인
2년 전 세월호 참사는 국민 모두의 아픔이고 책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희생자 가족들을 포용했던 거대한 공감대는 혐오와 냉소로 변질됐고, 무관심과 피로감에 휩싸였다. 김수아 서울대 교양학부 교수는 논문 ‘여론은 흐른다?’에서 피해자의 ‘불순(不純)’을 강조한 담론이 대중의 불신을 자극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국민의 연민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사실상 소진됐다. 2014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7월 말 조사에서 과반(53%)이었던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ㆍ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8월 말 조사에선 41%로 떨어지더니 9월 중순 37%까지 추락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벌인 정치권의 공방이 세월호의 비극을 정쟁으로 전락시킨 탓이다. 6ㆍ4 지방선거와 7ㆍ30 재보선에서 패배한 야당은 여당에 끌려 다니며 협상 타결-결렬을 반복하면서 가족들이 무리하게 수사권ㆍ기소권을 요구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 과정에서 교통사고 피해자와 다를 바 없는 세월호 희생자 측이 ‘특권’을 요구한다는 보수 우익의 담론이 여론이 돌아서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김 교수는 해석했다. 마침 야당이 추진한 세월호 생존자나 희생자 가족의 대학 특례 입학이 무리하게 특권을 주장한 것으로 비쳤다는 것이다.
치명적 타격은 그 해 9월 17일 유가족 대표에 의한 대리운전기사 폭행 사건이었다. 당시 가족대책위원회 간부들이 김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술자리를 가진 뒤 대리운전 기사와 시비 끝에 기사를 폭행한 사건은 순식간에 수사권ㆍ기소권 요구와 야당을 비판 여론으로 휩쓸어버렸다. 가족대책위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여야 합의안이 9월 30일 발표되면서 여론은 냉소로 가득해졌다. 7월 14일부터 8월 28일까지 46일간 단식을 했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노조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과 함께, 유가족의 폭행 사건은 ‘피해의 순수성’에 상처를 입혔고, “유가족에 대한 지지 철회를 정당화할 명분이 됐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국가적 비극이 정쟁으로 비화하고 유가족들의 처지가 이념 대립에 의해 변질되면서 지난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규명 활동은 대중의 관심사 밖에 머물렀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무고한 아들 딸 어머니 아버지 선생님 승무원들이 왜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진상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책임은 잊히고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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