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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튜닝 협회 두 개도 통합 못 했는데, 또 생겼네

입력
2016.04.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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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와 산업부 산하 튜닝 협회들 통합 공회전 속

새로운 튜닝 관련 협회 또 인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데…

튜닝 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2014년 7월 처음으로 공동주최한 '서울오토살롱'에서 관람객들이 튜닝 차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오토살롱 사무국 제공
튜닝 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2014년 7월 처음으로 공동주최한 '서울오토살롱'에서 관람객들이 튜닝 차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오토살롱 사무국 제공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창조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게 자동차 튜닝 산업입니다. 국내에서는 튜닝 관련 제도가 미흡하다 보니 튜닝 자체가 어려웠고, 덩달아 시장도 침체됐었죠.

정부가 튜닝 활성화 카드를 꺼내든 2013년 추산한 시장 규모는 연간 약 5,000억원입니다. 미국(35조원)이나 일본(14조원)의 예를 보면, 물밑에 숨어있는 잠재된 수요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도 제도만 좀 갖추면 튜닝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쉽게 창조경제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겁니다.

그림 2
그림 2

이 즈음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각각 튜닝협회가 만들어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국토부가 인가한 (사)한국자동차튜닝협회(KATMO)와 산업부가 인가해 준 (사)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KATIA)입니다.

비슷한 이름만큼이나 두 협회의 성격은 비슷합니다. 튜닝 부품 인증, 튜닝 전문인력 양성, 기술 및 튜닝정책 개발 등이 공통된 사업 목적입니다.

이렇다 보니 튜닝 산업의 원활한 발전을 위해 두 협회를 통합하라는 요구가 커졌습니다.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관련 협회는 대부분 하나씩 존재하니까요. 두 개의 다른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보다 일원화된 하나의 협회가 정부와 기업들을 연결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겠죠. 국토부와 산업부도 비슷한 생각을 했고, 두 협회 역시 대승적 통합에 합의했습니다. 이게 지난해 초의 일입니다.

하지만 두 협회는 아직까지도 통합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임원 구성에 대한 이견, 흡수 식 통합에 대한 갈등 등 불협화음이 이어진 탓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무려 2년 전에 확정된 정부부처 합동 튜닝산업 진흥대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도 두 협회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지난 9일 또 다른 튜닝 관련 협회인 (사)한국자동차튜너협회(ATK)가 창립했습니다. 부품 제조사 등이 주축이 된 기존의 두 협회와 달리 튜닝숍 운영자 등 튜닝업계 종사자들이 모였습니다. 역시 합법적인 법인이고, 전문인력 양성 등 정관상 사업목적도 비슷합니다. 튜닝협회를 인가해 준 국토부가 튜너협회도 인가해줬지만, 기존 협회는 이런 사실조차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튜닝 관련 협회 현황
튜닝 관련 협회 현황

국토부는 튜너협회를 인가한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튜닝협회와 튜너협회는 회원 분포 자체가 다르고, 기존 협회와 유사성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인가를 무작정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죠. 기존 협회와 통합하도록 상당기간 유도를 했지만 여러가지 측면에서 성격이 달랐고, 계속 협회 설립을 거부할 경우 거부 당한 쪽에서 소송을 걸 수도 있다는 겁니다. 국토부 측은 “튜닝 산업 활성화를 위해 여러가지 목소리를 담아낸 뒤 나중에 합치자는 의견도 제기돼 정부 입장에서는 곤란한 점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튜너협회 인가에 대해 튜닝산업협회는 펄쩍 뜁니다. 튜닝산업협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산업부나 환경부는 유사단체가 있으면 인가를 안 해주는데, 두 개도 통합을 못하는 상황에서 혼란만 가중됐다”며 “튜닝 산업 활성화를 외친지 3년이 돼가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산업부도 내심 불편한 기색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협회는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거라 정부가 강제할 수 없지만, 우리는 업계가 하나로 뭉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토부 역시 튜닝협회와 튜닝산업협회의 통합을 큰 틀에서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제3의 튜닝 관련 협회가 설립된 이상 제4, 제5의 협회가 나올 수 있는 길도 열렸습니다. 이미 또 다른 업체들이 모여 새로운 협회 설립을 시작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으니까요. 튜닝 업계를 보고 있자니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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