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비/사진=LPGA 페이스북
시즌 초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루키 전인지와 여제 박인비의 결정적 차이는 쇼트게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인지는 지난 17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에 올라 올해 출전한 4개 대회 모두에서 최소 3위에 입상하는 놀라운 진기록을 이어간 데 반해 박인비는 한 차례 준우승했지만 전체적으로 기권에 컷 탈락을 오가는 기복이 심한 초반 페이스다.
전인지는 코츠 골프 챔피언십 공동 3위, 혼다 LPGA 타일랜드 단독 2위,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공동 2위, 롯데 챔피언십 공동 2위로 우승만 없을 뿐 가장 안정된 기량으로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반면 박인비는 시즌 개막전인 퓨어 실크-바하마스 LPGA 클래식에서 허리통증으로 기권한 뒤 혼다 클래식 공동 30위, HSBC 위민스 챔피언십 공동 30위, JTBC 파운더스컵에선 지난해 5월 에어버스 클래식 이후 13개월 만에 컷 탈락했다. 이후 기아 클래식 단독 2위, ANA 인스퍼레이션 공동 6위로 살아나는 듯 했으나 롯데 챔피언십에서 다시 공동 68위로 미끄러졌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볼 때 시즌 기록에 드러난 둘의 결정적 차이는 퍼팅에 기반한 쇼트게임에서 발생한다.
버디 찬스는 놓치지 않고 보기 위기 때는 어김없이 파 세이브에 성공하는 솜씨로 '퍼팅 달인'이란 별명을 얻은 박인비가 흔들리고 있다. 박인비는 매년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던 그린적중 시 퍼트 수가 올 시즌 1.78로 26위에 머물러 있다, 평균 퍼팅도 29.30으로 26위다. 좋은 퍼팅을 위한 사전 단계인 그린 적중률이 떨어지고 있단 점도 우려된다. 롯데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그린 적중률은 38.9%까지 곤두박질쳤다. 시즌 그린 적중률은 69.08%로 75위에 쳐져 있다. 이는 작년 이맘때 75.71%로 5위를 달리던 것과 큰 차이다.
박인비는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252.20야드(약 231m)로 116위다. 타고난 장타자가 아니라 차분하고 전략적인 코스 공략과 쇼트게임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개막전 허리통증의 여파 탓인지 컴퓨터 아이언 샷과 퍼팅으로 대표되던 박인비 특유의 쇼트게임 강점이 시즌 초반 전혀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인비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뒷심을 내는 저력의 골퍼여서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수치로 여실히 증명되는 퍼팅 부진은 박인비 측이 조속히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로 떠올랐다.
전인지의 대성공이 쇼트게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인지는 박인비와 마찬가지로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57.06야드(약 235m)로 75위 하위권이다. 그러나 전인지는 그린 적중 시 퍼트 수(1.69) 및 평균 퍼팅(28.06) 부문에서 당당히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이에 힘입어 언더파를 기록한 라운드 수(14)와 60타대 라운드 수(10) 2위 및 평균 타수(69.00)에서도 시즌 2위로 가장 고른 성적을 내는 골퍼로 자리매김했다. 전인지는 그린 적중률이 27위(72.92%)로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다. 즉 신들린 퍼팅 하나로 LPGA 무대를 빠르게 평정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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