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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보수 월간지, 또 영화 '귀향' 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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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보수 월간지, 또 영화 '귀향' 트집

입력
2016.04.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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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오 이어 문예춘추도 “실화 아니다”

일본 시사 월간지 '문예춘추'가 최근 발간한 5월호에 영화 '귀향'이 일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글이 담겨 있다.
일본 시사 월간지 '문예춘추'가 최근 발간한 5월호에 영화 '귀향'이 일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글이 담겨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귀향'을 향한 일본 보수 언론의 흠집내기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시사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는 최근 발간한 5월호에서 재일저널리스트 최석영씨가 쓴 '한국 위안부 영화 대히트의 병리'라는 글을 실었다. 왜곡된 역사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대대적으로 흥행하고 있으나, 역사와 영화적 허구는 구별돼야 한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귀향'이 역사를 왜곡했다고 보는 이유는 지난달 일본의 보수 월간지 '사피오(SAPIO)'가 귀향을 반일영화로 규정하며 비방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씨는 “귀향 홍보담당자에게 '영화 대본 고증' 책자를 받아 살펴봤다”면서 “이 영화는 실화라기 보다 급한 대로 긁어 모은 어중이 떠중이의 이야기로 보는 게 옳다"고 조목조목 따져 폄하했다.

먼저 ‘귀향’이 영화 도입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88)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이는 강 할머니의 증언이 아니라 30여명의 위안부의 증언을 모아 각색한 내용인데 실화처럼 여겨지게 홍보했다는 비판이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로 일본군이 장티푸스에 걸린 위안부를 불태워 죽이는 장면은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인공 정민 역이 강 할머니라면, 위안소에서 함께 도망친 사람은 조선인 친구가 아닌 일본인 친구라는 주장도 했다.

최씨는 귀향의 예상 밖 흥행 열풍에 대해서도 “과열됐다”며 평가절하했다. 영화의 작품성보다 역사적 감정을 고려해 평점을 매겨야 한다거나, 슬픈 영화를 보면서는 팝콘을 먹으면 안 된다는 우스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립영화로서 이례적인 흥행돌풍 역시 작품성이나 감독의 영향보다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의한 반대 여론 덕으로 돌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과 같은 정치가들의 ‘모종의 압력’도 흥행 몰이에 한몫 했다고 비꼬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강제연행'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최씨는 "아사히 신문이 2014년 '요시다 증언'을 취소한 뒤 강제연행설은 신뢰를 잃었고 한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일부 시민단체나 재야학자 말고는 강제연행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며 "영상은 활자보다 선명한 기억을 남기는 만큼 (왜곡된 영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귀향의 한 장면. 귀향 스틸컷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귀향의 한 장면. 귀향 스틸컷

그러나 국내에서는 일본 보수 언론들의 잇따른 '귀향' 트집잡기가 다소 억지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화를 소재로 삼았음을 영화 도입부에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는 비판인 탓이다. 귀향을 제작한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강 할머니의 '태워지는 처녀들' 그림을 모티브로 만든 것이지, 강 할머니의 전체 생애를 그린 영화가 아니다"며 "여러 할머니들의 증언과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인데 말꼬리 잡기로 생각된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강 할머니의 증언이 파편화된 기억일 뿐이라거나, 왜곡된 주장이라는점도 사실과 다르다. ‘나눔의 집’에 따르면 강 할머니와 나눔의 집이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으로, 강 할머니는 피해사실을 밝힌 이후 한결 같은 증언을 해왔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은 2002년 7월18일 강 할머니가 나눔의 집에서 미술심리치료 도중 그린 것이다. 그림에 관한 내용은 2003년 7월10일 한국정신대연구소에서 발간한 증언집 '중국으로 끌려간 조선인 군 위안부들2'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장질부사(장티푸스)가 났다고, 다른 사람한테 옮긴다고 나를 태워 죽이려고 (일본 군대가)차에 태워 산으로 데려갔어요. 걸음도 못 걷는데 어떻게 도망가요? 그런데 군인 둘 중에 하나가 조선 사람이라. 김용호라고 위안소 관리하던 사람이에요. 내 생각으로 그 조선 아(김용호)가 자꾸 빨리빨리 안하고, 자꾸 기회를 본 것 같아요. 자기도 뛰어나와야지(탈출해야지)….”

한편, 강 할머니는 현재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0)할머니, 조정래 감독과 함께 미국에서 영화 '귀향'의 릴레이 상영회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알리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귀향은 17일 기준 국내 누적관객 358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해외에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 동부지역에서 릴레이 개봉되고 있으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지난 7일 개봉해 해외관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영화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모티브로 피해자의 증언을 모아 제작된 영화다. 귀향 스틸컷
영화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모티브로 피해자의 증언을 모아 제작된 영화다. 귀향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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