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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오늘은 뉴스가 없다”

입력
2016.04.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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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4월 18일

bbc뉴스 진행자들이 침묵하는 장면만 모아 이어붙인 동영상들이 있다. 유튜브.
bbc뉴스 진행자들이 침묵하는 장면만 모아 이어붙인 동영상들이 있다. 유튜브.

21세기 정보 혁명은 전통적인 미디어 종사자들로부터 뉴스 생산 독점권을 박탈했다. 현대의 시민들은 누구나 뉴스의 소비자이자 생산자일 수 있고, 원하든 원치 않든 그 뉴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났다. 뉴스의 고전적 의미와 위상도 달라졌다. 뉴스의 양은 급증했고, 양질의 뉴스는 그만큼 드물어졌고, 차별화는 시장의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뉴스 안에서 진짜 뉴스를 걸러주는 뉴스 공급 채널이 생긴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뉴스는 “뉴스가 없다”는 뉴스일지 모른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86년 전 오늘, 실제로 그런‘뉴스’를 내보냈다고 한다. 1930년 4월 18일 금요일 프라임 시간대인 저녁 6시 30분, BBC 라디오 뉴스 진행자는 좋은 저녁이라는 인사말 뒤에 “오늘은 뉴스가 없다(There is no news today)”는 짧고 불친절한 멘트만 남기고 피아노 연주곡을 내보냈다. 그러고도 별 탈이 없었던 것은, 뉴스 생산ㆍ유통주체가 그들이었고, 다음날이 신문이 안 나오는 토요일이었던 까닭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새롭게 뉴스가 된 건 최근의 일이었다. 미국 잡지 ‘포브스’는 2012년 4월 그 사실을 전하며 “오늘날 우리는 이름조차 생소한 섬나라까지 샅샅이 뒤져 뉴스를 전한다.(…) 물론 그것들이 우리 삶에 늘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날은 피아노 음악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논평을 달았다. ‘nowiknow’라는 매체에 따르면 BBC의 공식 입장은 부인도 확인도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 매체는 BBC가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발을 뺐다고 전했다.

소셜뉴스 웹사이트 ‘reddit’가 그 소식을 전한 건 지난 해 4월이었고, 거기 무수한 댓글이 달렸다. 사실 자체를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반기는 이들이 더 많았다. “오늘날 그런 일이 일어날 리는 없을 것이다. 킴 카다시안이 낳은 아이에 대해서만도 순식간에 9개의 관련 기사를 만들어낼 테고, 진공청소기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10가지 이유를 찾아낼 것이다”라고 쓴 이도 있었다.

BBC의 1930년 해프닝은 뉴스에 피로해진 근년의 누군가가 지어낸 얘기일 수도 있지만, 그 뉴스가 주목을 끄게 ‘뉴스’가 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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