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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일상의 유혹

입력
2016.04.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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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여행 경비 일체를 부담하겠으니 같이 가자는 유혹적인 제의를 거절했다.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나로서는 덥석 물어도 시원치 않을 미끼를 용케도 지나친 셈이다. 나는 가보지도 못할 인도를 여행하기 위해 인도 관련 서적을 쓸다시피 읽은 적이 있고, 다른 나라의 관광지를 다룬 책도 꽤 읽었다. 나라 밖에서 개최된 해외 작가 회의가 좋았던 것도 공식적인 일정이 끝난 다음 며칠 호사롭게 할 수 있는 여행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 내 계산법으로는, 누군가에게 공짜를 받고 난 뒤 부담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공짜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치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공짜를 제공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면, 그건 열 배 스무 배의 손해를 보는 일이다. 늘 덥석 받고 싶은 공짜의 유혹 앞에서 이런 식의 계산 때문에 힘들게 거절한 뒤 나는 부르짖는다. 정말로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고 싶다면, 완벽하게 숨어서 하라고. 이처럼 내놓고 주장을 하면서도 나는 누군가로부터 늘 공짜를 받고 있으니 세상의 이치란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짜 여행을 거절했을 때 서운해 하던 사람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아 있다. 그는 모를 것이다. 유혹적인 미끼를 물고 싶었던 그때의 내 심정을. 이제는 그도 돌아와 익숙한 환경 속에서 새날을 맞고 있고, 떠나지 못했던 내가 맞는 오늘 아침 또한 온전한 새날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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