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97㎝ 움직여
“구마모토(熊本) 지진이 끝이 아니다, 일본 열도를 집어삼킬 더 무서운 지진이 기다리고 있다!” 연쇄지진이 몰아친 구마모토현 마시키마치(益城町) 대피소 주변에선 이런 걱정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대피소에 몰린 이재민뿐 아니라 일본 언론들도 사흘간 400여 차례나 몰아치고 있는 일련의 지진확산 전조현상을 두고 광범위한 초대형 지진이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구마모토 연쇄 지진의 원인으로 활단층(活斷層)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열도에 2,000개 이상의 활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런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17일 “활단층형 지진은 진원이 육지에 있어 인간이 활동하는 지역이나 교통망이 뻗은 바로 아래에서 일어나며, 지진의 규모가 바다에서 발생하는 해구형 지진처럼 크지 않더라도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6일과 14일 지진 모두 진원 깊이가 각각 12㎞, 11㎞로 매우 얕은 전형적인 내륙 직하(直下ㆍ바로 밑)형 지진이라서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일본에서 확인된 활단층만 2,000개가 넘는다는 일본 국토지리원 자료를 소개했다.
활단층은 평소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암반을 뒤트는 힘이 가해지고 있으며 이것이 한계에 도달하면 암반이 파괴돼 움직임이 나타난다.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원회는 일본 내 활단층 가운데 주요 활단층 97개에 대해 촉발 가능한 지진의 규모, 30년 내 지진 유발 확률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구마모토 지진을 일으킨 것으로 지목된 히나구(日奈久) 단층이나 후타가와(布田川) 단층도 경계 대상에 포함된다.
실제로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 진원지 인근의 지각이 1m 가량 움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국토지리원에 따르면 구마모토현 아소군(阿蘇郡) 미나미아소무라(南阿蘇村)에 있는 전자기준점 '조요'(長陽)가 남서쪽으로 약 97㎝ 이동했다. 이 기준점은 또 약 23㎝ 융기(솟아오름)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지리원은 복수의 전자기준점의 이동을 토대로 지하에 있는 진원 단층을 추정한 결과 후타가와 단층과 거의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구마모토 인근의 활화산인 아소산이 한 달여 만에 활동을 재개해 일본 열도를 패닉으로 몰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16일 오전 8시30분쯤 아소산에 있는 나카가쿠 제1화구에서 소규모 분화가 일어났으며, 연기가 상공 100m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아소산은 해발 1,592m의 일본 최대 규모의 활화산으로 이번 지진의 진원지로부터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기상당국은 일단 이번 강진 발생과는 직접적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마모토 현지에선 이를 믿지 못하는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정부가 심각한 동요를 막기 위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 아니냐”는 피난민의 반응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규모 7.3의 수도(首都) 직하형 지진이 발생하면 최대 2만3,000명이 사망하고 95조엔(997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구마모토=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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