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을 발휘한 호주 동포 골퍼 이민지(20ㆍ하나금융그룹)가 대역전 우승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이민지는 17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의 코올리나 골프클럽(파72ㆍ6,38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와 이글 1개를 뽑아내는 절정의 샷 감각으로 8언더파 64타를 작성했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가 된 이민지는 막판 맹추격한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와 케이티 버넷(27ㆍ미국)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27만 달러(약 3억원)를 거머쥐었다. 이민지의 우승은 지난해 5월 킹스밀 챔피언십 이후 약 11개월이자 LPGA 통산 2승째다. 올해 가장 좋은 성적은 개막전이었던 1월 퓨어 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거둔 4위였다. 이번 우승으로 이민지는 만 20세 이전에 2승을 거둔 투어 통산 5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민지는 호주 이민 2세다.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그는 ‘호주의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로 통할 만큼 어릴 적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다. 골프 집안 출신으로도 유명한데 프로 출신인 어머니에게서 골프를 체계적으로 배웠다. 아버지도 클럽 챔피언 출신으로 상당한 골프 실력을 갖췄고 남동생 이민우는 호주에서 아마추어 골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2월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선 이민지에 대해 호주는 카리 웹(42ㆍ호주)의 뒤를 이을 유망주로 기대가 컸다. 이민지는 그 해, 2011년부터 3년간 리디아 고의 독차지였던 마크 매코맥 메달(아마추어 최고 골퍼에게 주어지는 상)을 차지한 뒤 미국 무대 진출을 선언했다. 이민지는 시즌 중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르지 않는 등 체력 훈련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평균 270야드(약 247m)에 달하는 장타의 비결이다. 다만 여타의 장타자들이 쇼트 게임에 약점을 보이는 것과 달리 이민지는 아마추어 시절 별명이 ‘버디 트레인’ (줄버디가 쏟아진다는 의미) 일 정도로 쇼트 게임에 자신감을 보인다.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5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오른 전인지는 다소 아깝게 됐다. 또 2위 징크스다. 올해 LPGA 데뷔 이후 출전한 4개 대회 모두 ‘톱3’에 오른 진기록을 이어갔다는 데 만족했다.
한편 초청선수로 출전해 3라운드까지 선전했던 장수연(22ㆍ롯데)은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5위를 차지했다. LPGA투어 대회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한국여자골퍼들이 잇따라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앞서 올 시즌 들어 ‘장타여왕’ 박성현(23ㆍ넵스)과 ‘JLPGA 퀸’ 이보미(28ㆍ마스터스GC)도 초청 선수 자격으로 LPGA 대회에 출격해 호성적을 냈다. 박성현은 JTBC 파운더스컵에서 공동 13위, 기아 클래식에서 공동 4위,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6위의 성적을 거두며 향후 미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보미도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초청 선수 신분의 한국여자골퍼들은 LPGA 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는 지난해 7월 LPGA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고진영(21ㆍ넵스) 역시 그 해 8월 열린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재호ㆍ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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