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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의 느린 풍경]진화해 가다 보면

입력
2016.04.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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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의 청결 상태는 한 나라의 발전 척도다. 후진국을 여행할 때 화장실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는 표기방식도 그에 못지 않다. 최악은 자국어로만 표시한 경우다. 아직도 한글로만 ‘남’ ‘여’로 써놓은 공중화장실을 가끔 볼 수 있는데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은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를 입은 모습을 단순화한 디자인이 일반적인 표기로 자리잡았지만 시대변화와 맞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러는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헷갈리기도 한다.

요즘은 특색 있는 디자인의 화장실 표시도 넘쳐난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경남 합천의 한 공중화장실은 목각 조형물로 남녀를 구분했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당당한 남성과 수줍은 듯한 여성의 모습이 거슬린다. 터키에서 본 화장실 표기는 다소 고전적이다. 파이프로 표시한 남성화장실은 여성흡연자도 적지 않은 현 세태와 맞지 않고, 흡연을 범죄시하는 시대상과도 동떨어졌다. 오스트리아의 표기는 민망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요즘은 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는 남성도 늘고 있는 추세라는데, 화장실 표시가 어떻게 바뀌고 진화할지 자못 흥미롭다.

여행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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