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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어요”…세월호 2주기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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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어요”…세월호 2주기 추모 물결

입력
2016.04.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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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 1만여 명 방문

바람개비 등 날리며 희생자 기려

단원고도 비공개 추모제

일본 자원봉사단 종이학 전달

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등학교 존치교실을 추모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등학교 존치교실을 추모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정부합동분향소가 있는 경기 안산에는 하루 종일 추모의 물결이 넘실댔다.

단원구 화랑유원지 안 정부합동분향소에는 봄비가 내리는 등 궂은 날씨 속에서도 이날 하루 1만여 명이 넘는 추모객이 찾아 고인들을 넋을 위로했고, 유원지 일원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가 이어졌다.

안산청소년 YMCA연합회는 공식 추모제인 ‘기억식’이 끝난 뒤 오후 1시30분쯤부터 화랑유원지 내 야외 소공연장에서 추모대회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를 진행했다. 연합회 측은“우리 스스로 세월호 선장 같은 사람이진 않은지 되돌아보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했다.

노란 바람개비를 든 200여명의 학생들은 ‘천개의 바람’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언니 오빠들을 추억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유원지 내에 울려 퍼지자, 바람에 흩날린 하얀 벚꽃 잎이 머리 위로 별처럼 쏟아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추모대회를 마친 학생들은 만장을 들고 분향소를 한 바퀴 행진,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안산지역 22개 단체로 구성된 4ㆍ16안산시민연석회의도 비슷한 시각 분향소 앞에서 ‘4ㆍ16정신을 계승한 도시비전 수립 및 운영에 관한 기본조례(이하 4ㆍ16조례) 제정’ 선포식을 열었다. 이들은 “10월2일 안산시민의 날에 새로운 도시비전을 담은 4ㆍ16조례가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오전 ‘기억식’을 마친 유가족들은 오후 2시쯤 단원고, 고잔동주민센터 등을 돌아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으로 오는 ‘진실을 향한 걸음’ 행사를 진행했다. 유가족과 시민 등 2,000여명은 미수습자 9명이 가족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뜻에서 그들의 모습을 본뜬 하얀색 인형과 304개의 꽃 만장, 탈 등을 들고 500여m 긴 행렬을 이뤄 5.2km 가량을 묵묵히 걸었다.

다시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으로 돌아온 이들은 북소리 연주와 청소년 합창단, 기타연주자가 참여하는 추모문화제 ‘봄을 열다’를 개최하고 ‘하늘의 큰 별’이 된 아들, 딸, 선생님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날 오후 7시 단원고 앞 삼거리에서는 ‘단원고 촛불 잇기 문화제’도 열렸다. 안산팝오케스트라 등이 공연을 선보였고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의 촛불을 밝혔다. 이 자리에선 참사 당시 한국에 머물던 일본 ‘오사카코리아 발렌티어협회’회원 6명이 2년 만에 다시 찾아 직접 접은 종이학 1,000마리를 유족에게 전달했다.

앞서 단원고 학생들은 이날 오전 2주기 추모제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자발적으로 추모제에 참석한 학생 400여명은 기억교실(참사 당시 2학년 교실)을 순회하며 헌화한 뒤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했다. 단원고 기억교실에는 많은 추모객이 찾아 희생학생들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진실을 향한 걸음’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합동분향소를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진실을 향한 걸음’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합동분향소를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과 함께 분향소 등을 찾은 시민들도 스스로 준비한 다양한 퍼포먼스로 추모열기를 더했다.

2년 전 참사로 친구의 손자를 잃었다는 유학용(65)씨는 독수리가 그려진 연 50여 개를 한 줄에 연결해 분향소 위로 날렸다. 유씨는 “연이 하늘로 높이높이 날아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찾아냈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한 대학 동아리 학생들은 분향소 앞 마당에서‘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등의 가사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분향소 앞에 마련된 ‘기다림의 성당’에서는 미수습자 등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다.

5살 아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김민형(38)씨 부부는 “어느 순간부터 일상 속에 묻혀 세월호 참사를 잊었던 내가 부끄럽다”며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다는 작은 일부터 다시 실천해야겠다”고 말했다.

전명선(단원고 2학년7반 고 찬호군 아버지) ‘4ㆍ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잊지 않고 찾아와 위로해준 시민들이 있어 버텨나갈 수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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