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을 거수기로 여기는 대통령
계파공천 밀어붙인 친박패권
현안에 대한 토론이 실종된 당
“철저한 개혁으로 새로 태어나야
공천파동 반복 끝낼 대책 필요”
4ㆍ13 총선이 국회에 주문한 건 변화였다. 특히 새누리당의 최대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지금, 여권인사와 정치학자들은 “살려면 거듭나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원종 전 수석은 15일 “지금까지 정부 여당의 행태를 보면 정치의 본령, 헌법의 기본정신을 잊은 듯하다”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정치 역시 국민이 주인이라는 의식을 되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당을 정부의 거수기로 여기는 듯한 대통령의 행태, 당내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만든 당헌ㆍ당규와 공천 룰은 안중에 없이 계파공천을 밀어붙인 친박 패권이 민심 이반의 핵심 원인이라는 얘기다. 이 전 수석은 “의원들이 민의가 아닌 권력자의 뜻만 좇아간다면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을 내팽개치는 꼴”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10층짜리 거대 당사를 버리고 ‘새로운 한나라당의 길을 설계하겠다’며 광야로 나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천막당사’ 정신이 다시 필요한 때”라는 자성론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5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유승민 의원을 ‘배신의 정치인’이라고 낙인 찍은 이후 새누리당에선 노선 투쟁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유 의원은 총선, 특히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당이 중도개혁 노선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의원총회에서의 무한 토론’을 예고했지만, 결국 변변한 토론 한 번 못해보고 원내사령탑에서 물러나야 했다.
유 의원과 가까운 개혁보수 성향이자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이혜훈 당선자는 “지난 4년 간 새누리당이 쟁점법안이나 주요 입법현안에 대해서조차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며 “토론이 실종된 당은 민주주의가 없는 정당이고 이것이 국민에게는 오만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소장파 의원들 역시 “처참한 수도권 총선의 패배를 딛고 정권 재창출로 가는 시작은 당의 노선 개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총선 때마다 반복되는 공천 파동을 끝낼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새누리당은 18대부터 잇달아 극심한 공천 갈등을 겪었고 이번 20대 공천은 그 중에서도 최악이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권력자의 개입 없이 당원과 국민의 경선으로 공천을 결정하는 상향식 공천룰을 만들었지만, 정작 공천과정에선 힘의 논리에 밀려 무용지물이었다. 그 결과 비박계를 겨냥한 ‘보복공천’은 결국 새누리당에 수도권 선거 참패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밀실에서 심사하고 발표하면 끝이라는 식의 공천행태 때문에 소모적인 갈등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공당이라면 공천의 근거를 당원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공천 심사 자료를 중앙선관위에 제출하도록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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