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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총선과 세월호 2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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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총선과 세월호 2주년

입력
2016.04.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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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 중 종북ㆍ동성애ㆍ19대 국회ㆍ세월호 척결을 공약으로 내건 이가 있었다. 길 가에 붙은 후보안내문을 읽던 아들이 “세월호를 척결하겠다니…혹시 인쇄가 잘못된 건 아닐까요” 하고 의심할 정도였다. 그 후보는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적은 표를 얻어 낙선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가 세월호 척결을 대표 공약으로 내건 것은 생각할수록 씁쓸하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안산 단원구 갑을 선거구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세월호 사고로 참변을 겪은 단원고를 품은 지역구다.

▦ 안산은 원래 호남 출신이 많고 야권 성향 또한 강한 도시다. 19대 국회에서는 안산시내 4개 지역구 중 3곳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20대 선거에서는 단원구 갑을을 새누리당의 김명연 후보와 박순자 후보에게 각각 내주었다. 이를 두고 야당 표가 분산돼 여당이 어부지리를 했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그런 분석과 별개로 이번 결과에 많은 사람이 난감하고 당황스러워 한다. 세월호 사고를 생각하면 새누리당이 꼴도 보기 싫어야 할 텐데 도리어 그들을 당선시켰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 김명연, 박순자 두 당선자는 총선 전 열린 세월호 협약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안산 지역 국회의원 출마자와 시민들이 모여 성역 없는 진실 규명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단원구와 달리 서울 은평구 갑 선거구에서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안산에서도 하지 못한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켜 이룬 승리였다. 박주민 후보는 세월호 진상 규명을 주도해 ‘세월호 변호사’로 불리는 사람이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그를 ‘세월호 점령군’이라고 했다가 도리어 질타를 받고 선거에서도 패했다.

▦ 2년 전 오늘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이 희생됐다. 그날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지난 2년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모진 시간이었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 분위기다. 그저 자주 거론된다는 이유로, 유가족의 태도가 싫다는 막연한 이유로 이 비극적인 사건에 피로감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배우 오드리 헵번의 아들인 숀 헵번 퍼레어가 얼마 전 “추모 분위기가 지겹다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를 잃었다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 것을 한번 곱씹어보자. 벌써 잊기에는 그 아픔이 너무 크지 않은가.

/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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