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리스펙트(Respectㆍ존중)’와 ‘디스리스펙트(Disrespectㆍ무례)’를 철저히 구분 짓는 나라다. 존경 받아야 할 부분에 대해선 극진히 예우하고, 비판 받아야 할 부분에 대해선 잔인하기까지 ‘칼날’을 들이댄다.
LA레이커스가 14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유타 재즈와 2015~16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 최종전을 치렀다. 승패를 떠나 관심은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코비 브라이언트(38ㆍLA레이커스)의 일거수일투족에 오롯이 쏠렸다. 구단은 이날 경기를 하나의 ‘리스펙트 쇼’로 변모시켰다. 프런트코트와 백코트에는 브라이언트의 등번호였던 8번과 24번을 새겼다. 경기 전엔 브라이언트의 NBA 20년 커리어가 압축된 하이라이트를 상영했다.
동료, 경쟁자, 타종목 선수들 구분할 것 없이 브라이언트의 은퇴를 기렸다. 미국메이저리그(MLB)의 야시엘 푸이그(26ㆍLA다저스)는 전날 애리조나전에서 LA레이커스 유니폼색인 검은색과 보라색, 금색으로 디자인된 타격용 장갑을 꼈다. 축구의 리오넬 메시(29ㆍFC바르셀로나), 골프의 타이거 우즈(41) 등도 브라이언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관중은 브라이언트가 공을 잡을 때마다 “코비!”라고 연호했으며 수시로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스테이플스센터 주변에는 ‘고마워, 코비(Thank You For Kobe)’ 등 문구의 팻말을 든 팬들이 진을 쳤다. 일대는 ‘축제의 장’이 됐다. 리스펙트가 ‘다시 본다’는 의미의 라틴어 ‘레스피세레(Respicere)’에서 온 것처럼 이날 농구계는 일제히 브라이언트를 다시 보려 했다.
우리네 현실에서 미국의 리스펙트 문화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대한축구협회(KFA)의 행보는 눈길을 끈다. KFA는 ‘리스펙트 캠페인’ 선포 2주년을 맞아 14일부터 23일까지를 ‘리스펙트 주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엔 K리그, 내셔널리그, K3리그 등 55개 경기에서 상호 존중을 강조하는 의식이 열린다. 리스펙트 캠페인은 2008년 잉글랜드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경기 주체들이 상호 존중으로 폭력과 폭언, 비신사적 행위를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유럽축구연맹(UEFA) 가맹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로 확산되는 추세다.
리스펙트는 스포츠의 기본인 페어플레이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아울러 선수들에게는 동기를 부여한다. 선수들에게 ‘존경의 박수’는 하나의 훈장과도 같다. 리스펙트 문화는 스포츠 산업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스포츠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함으로써 팬들에게 경기 이상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러한 시도는 ‘원소스멀티유스(OSMUㆍ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 마케팅 기법)’를 활성화시키며 곧 스포츠를 통해 커다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된다. 국내 프로스포츠에 리스펙트 문화가 뿌리내려야 하는 이유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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