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실전 배치 이후 첫 발사
사거리 3500㎞… 괌까지 사정권
대북제재 국면서 美 겨냥 도발
발사 후 수초 만에 궤적 사라져
軍, 추가 발사 가능성 예의주시
中 “北 무력시위 어리석다” 비판
북한이 15일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이날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맞아 축포를 쏘려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한미 군당국은 미사일 추가발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전 5시30분쯤 강원도 원산 지역에서 1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정상적인 궤적을 보이지 않아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포물선의 정점까지 도달하지 못한 채 초기 상승단계에서 발사 후 불과 수초 만에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엔진이 균형을 맞춰 연료를 분사해야 미사일이 비행자세를 잡고 날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공중 폭발했다는 의미다. 미국 국방부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무수단으로 파악됐다. 고폭탄, 화학탄 등 650㎏의 탄두를 장착해 최대 3,500㎞까지 날릴 수 있어 일본 전역은 물론 미국령 괌까지 사정권에 포함된다. 북한은 무수단을 2007년 실전 배치한 이후 2010년 10월 군사퍼레이드에서 처음 공개했지만, 10년이 다 되도록 아직까지 발사실험을 한 적이 없다. 러시아제 R-27(SS-N-6)을 모방해 만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능이 검증됐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이 지난해 3차례 시험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무수단 미사일을 물속에서 쏘는 방식으로 개량한 것이다.
북한은 최대 명절인 태양절을 앞두고 이달 들어 무수단 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 여러 대를 원산 일대로 전개하며 발사를 저울질해왔다. 2013년 4월에도 무수단을 동해안으로 전개해 발사대를 세웠다 내렸다 하면서 발사직전까지 위협수위를 끌어올린 전례가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끝내 쏘지 않고 기만전술에 그쳤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이번에도 위협에 그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예상과 달리 실제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여주기식 도발에 나선 것은 미국을 겨냥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체제결속을 도모할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대북제재 국면에서 굴하지 않고 계속 강하게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국제사회의 균열을 시도하고, 내부적으로는 다음달 7차 당대회를 앞두고 김정은의 치적을 쌓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 당일에 첫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이 공중폭발 하면서 김정은 체제는 치욕적인 수모를 겪은 셈이다. 따라서 북한은 추가발사 시기를 예정보다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25일 인민군창건일 전후나 다음달 초 당대회 직전이 유력시 되고 있다. 현재 북한이 실전 배치한 무수단 미사일은 50기 가량으로 추정된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도 최근 부쩍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이른 시일 내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하라”고 지시한 이후 핵탄두와 기폭장치를 공개하고, 장거리미사일 연소실험 장면을 선전하는 등 연일 군사력을 과시하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우리 합참은 “북한이 언제든 5차 핵실험을 포함한 대형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보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화통신은 논평을 통해 “(북한의)최근 핵ㆍ무력시위는 노골적인 유엔 결의 위반”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각국 모두가 안보리 결의를 엄격히 준수하기를 희망한다”면서 “관련 국가들은 반도(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피하고 평화안정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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