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또 맞았다. 일찌감치 승부는 기운 상황, 한화 투수 송창식(31)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외롭게 마운드에 계속 서 있었고, 벤치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고독한 90개의 투구로 남긴 기록은 4⅓이닝 9피안타 12실점(10자책). 프로 13년차 투수에게 가혹한 하루였다.
송창식은 14일 대전 두산전에서 1회초 2사 만루에서 급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김용주가 볼넷 4개와 안타 1개를 허용하고 조기 강판 당하자 긴급 호출을 받았다. 그러나 송창식은 오재일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았고 2회 3점, 3회 5점을 더 내줬다.
3회까지 점수는 0-13 두산의 리드. 팀의 살림꾼 투수를 계속 마운드 위에 올릴 이유는 없었다. 안 그래도 송창식은 9일 창원 NC전에 선발 등판했고, 전날 두산전에 중간 계투로 ⅔이닝을 소화했다.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 굳이 송창식을 마운드에 남겨 놓는 건 상식 밖의 일이었다. 이를 두고 ‘벌투 의혹’이 일어날 만 했다. 실제 ‘맞으면서 배우는’ 젊은 피가 아닌 베테랑이 이렇게까지 던지는 것에 모두가 물음표를 던졌다. 결국 송창식은 5회까지 더 두들겨 맞으면서 마운드를 지켰다.
이날 12실점은 송창식의 한 경기 최다 실점이다. 입단 첫해 2004년 4월27일 대전 두산전에서 기록한 9실점을 훌쩍 뛰어 넘었다. 또 프로야구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은 1999년 8월7일 대구 삼성전에서 두산 김유봉이 허용한 14점이다.
한화 투수 운용의 총 책임자 김성근 감독은 경기 중 더그아웃을 떠나있어 송창식 투구와 관련한 어떤 얘기도 들을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어지럼증 증세를 호소해 인근 병원에서 혈압 및 어지럼증 검사를 받았다. 진단 결과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창식은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다. 2004년 한화에서 데뷔한 그는 손가락에 피가 통하지 않는 버거씨병에 시달리며 2007년 시즌 뒤 은퇴했다. 이후 모교 세광고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다 2010년 한화에 다시 입단해 재기했다. 지난해에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66경기에 등판, 8승7패 11홀드를 따냈다. 올해는 한화 투수조 조장까지 맡았다. 그러나 14일 투구는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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