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력 해도해도 안 되는 헬조선 청년을 구하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력 해도해도 안 되는 헬조선 청년을 구하라

입력
2016.04.15 14:47
0 0

조한혜정ㆍ엄기호 등 지음

창비 발행ㆍ236쪽ㆍ1만3,800원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 속 붉은 여왕의 말에서 비롯된 ‘레드퀸 효과’는 ‘어떤 대상이 변하게 되더라도 주변의 환경이나 경쟁 대상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뒤처지거나 제자리에 머물고 마는 현상’이다. 주로 진화론이나 경영학의 적자생존 경쟁론을 설명할 때 사용된 이 용어는 최근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항상 긴장하며 쫓기듯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쓰기도 한다. 예컨대 ‘노오력’ 해도 ‘노답’인 ‘헬조선’ 청년들의 심리 같은 것 말이다.

문화학자 조한혜정, 엄기호가 젊은 연구자들과 함께 쓴 이 책은 지난 1년 동안 토론과 심층 인터뷰, 세미나 등을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낸 것이다. 2010년 김예슬의 대학 자퇴선언문, 2013년 주현우의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 등을 예로 들며 “청년들은 거의 학파를 만드는 수준에서 (사회 저항)활동하고 있다”고 분석한 조한혜정은 “전통적인 혁명을 통한 체제 변혁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만든 기발한 신조어”를 키워드로 청년 세대와 2016년 한국사회를 조명한다.

가용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원하는 노력과 달리 ‘노오력’은 초경쟁 사회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말한다. 그래서 탈법과 합법의 경계, 개인 능력 한계치의 경계를 넘나든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은 ‘노답’ 사회인데, 이 문제를 개인 자질과 윤리의 문제로 환원하는데 대한 비난이 바로 ‘노오력’이다. ‘노답’의 영겁회귀야말로 ‘헬조선’의 본질로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 수 밖에 없는 청년들의 운명을 상징한다. 노력해도 보상받을 수 없는, 노력의 배신을 깨닫는 순간 사회를 혐오하고 ‘금수저ㆍ흙수저’론이 등장하게 된다. 삶의 불안을 일상적으로 체험하는 청년들이 취업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진짜 의미는 “사회를 통한 해결을 오히려 ‘불공정한 것’으로 취급”하게 됐다는 것이다. 내 삶이 사회를 통해 보호되지 않는다면, 각자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 공공적 해결이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저자들은 메시아적 해법 대신 ‘보호를 조직’하는 활동을 시작하자고 말한다. 청년 자치ㆍ협치 특구를 마련하거나 청년배당제도 등 다양한 대안을 통해 청년 스스로 변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그 시작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듣고 그들의 변화를 응원하는 데 있다.

“이들은 ‘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자수성가한 산업화 세대와 달리 ‘해도 안 되는 것’을 일찍부터 알아차린 세대다. (…)나는 이들을 한심해하면서 훈련시키려 하기보다는 그들이 새로운 감각과 마음과 몸으로 새 문명을 만들 고치를 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계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 청년층 고통은 커져간다. 지난 2월 청년 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7년 IMF 이후 청년 실업률은 11.5%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계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 청년층 고통은 커져간다. 지난 2월 청년 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7년 IMF 이후 청년 실업률은 11.5%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