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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민심의 반란, 어떻게 해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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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민심의 반란, 어떻게 해석할까

입력
2016.04.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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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정권, 기득권 양당정치에 대한 중도층의 반란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무서운 민심의 힘을 보여주며 막을 내렸다. 일여다야(一與多野)의 구도 하에서 ‘여대야소’를 예상했지만, 유권자의 선택은 ‘여소야대’였다. 160석이 예상된 새누리당은 2당으로 전락했고, 100석이면 성공으로 보이던 더민주는 1당으로 올라섰다. 한 때 군소정당, 지역정당으로 마감할 것 같았던 국민의 당은 생존의 기반을 확보했다.

이러한 충격적인 결과는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한국일보가 4월 5~6일 진행한 제3차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불과 한 달 전까지 38%를 유지하던 새누리당 지지율이 28%까지 떨어지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여대야소 전망이 흔들린 것이다.

관련기사 ▶“여심 속속 이탈...여대야소 전망 흔들린다”

4월 8일자 한국일보 1면.
4월 8일자 한국일보 1면.

무엇보다 꿈쩍하지 않아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던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기반인 대구ㆍ경북(TK)과 부산ㆍ경남(PK)의 5060세대에서 정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정권심판론이 상승했다. 적극적 투표의향마저 눈에 띄게 하락했다. 또한 수도권 및 40대 중간층에서도 정부여당의 지지에서 이탈했고, 야당 성향이 강한 2040세대에서 투표참여의사의 급격한 상승이 관찰되었다.

문제는 유권자의 40%는 정부여당 심판뿐 아니라 야당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가진 소위 양당 심판론자였다. 민심이 향방이 여당의 우세도, 야당으로의 쏠림도 허용하지 않고 수도권 전역에서 경합구도가 흔들리지 않은 이유다. 선거 직전 145석 확보라는 새누리당의 엄살 전망에도 불구하고 일여다야 구도, 호남쟁투에 매몰된 야야(野野)의 갈등은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이 새누리당 우세를 점치게 한 요인이었다. 신뢰하기 힘든 여론조사 결과들이 난무한 것도 혼란에 한몫한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예견은 되었지만 예측을 허용하지 않은 민심의 실체는 무엇인가? 우선, 유권자들은 정부여당의 심판을 선택했다. 야당 성향의 유권자뿐 아니라 무당파는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을 위해 스스로 당선가능성을 중심으로 대안을 선택했다. 수도권에서 지역구 후보투표와 비례정당 투표를 나누어 행사하는 분할투표(ticket-split voting)로 심판권을 행사했다. 보수적인 유권자들은 다수 기권한 것으로 보이며 일부 국민의당 지지로 돌아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굳은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굳은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대통령까지 나서 국회심판을 호소하고 현 정부 여당의 지지기반인 영남에서의 투표반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삭발과 사과, 김무성 대표-최경환 전 장관의 업어주고 안아주는 퍼포먼스까지 벌였지만 유권자들은 2012년 이래 반복되어온 반성-읍소전략을 식상해 했다.

유권자들은 또 정권심판을 위해 전략적으로 지지해줬지만 기존의 지역질서에 안주하려는 더민주에 대해서도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선거막판 선거 승부를 좌우하는 수도권 경합지에서의 새누리당과의 1위 경쟁을 제쳐두고 호남 주도권을 유지하려고 호남 올인 전략에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적으로 국민의당을 밀어줌으로써 호남지역에 안주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를 두고 호남지역주의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불과 한달 전까지 더민주가 인재영입, 전국콘서트 등으로 혁신을 주도할 때 국민의당에 비해 두 배 이상 지지를 몰아준 것이 호남 여론이었다. 또한 지역구에서는 제1당인 된 더민주가 정당투표에서는 제3당으로 전락한 이유는 대안을 내놓고 새누리당과 경쟁하지 못하고 식상한 단일화 공학에 안주한 것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이다. 한국일보 2월 1차 조사에서 정당지지율 7%에 불과했던 국민의당은 38석의 의석을 갖고, 전국 비례정당지지 2위를 다투는 정당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더민주가 1위 경쟁보다 2위 기득권 지키기에 올인하며 오히려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유권자 스스로 새누리당과 야당에 대한 경고를 주기 위해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일뿐 안철수 대표가 내세운 새정치에 대한 기대와 신뢰의 결과가 아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났지만, 호남지역은 물론이고, 수도권에는 당선권에 근접한 변변한 후보도 없었고, 다른 지역에서는 후보 자체를 내지 못한 인력풀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이번의 작은 승리에 도취할 경우 상승한 속도만큼 빠르게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진보적 가치가 무엇인지 구체화하지 못하고 역시 야당과의 단일화에 어정쩡하게 기댄 정의당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도 진보정치가 풀어야 할 숙제로 드러났다.

국민의 60%가 한국경제와 안보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고 근원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허한 여야심판론과 식상한 읍소만 재탕했다.

결국 이번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은 철저히 배제되었고 일여다야니 단일화니 하는 공학적 논의가 지배했다. 이에 순응하지 않고 유권자 스스로 나서겠다는 것이 민심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다양한 신호로 예견되었지만, 실제 투표로 심판받기 전까지 예측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한울(한국일보 객원기자,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교수)

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인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가회동 투표소가 마련된 재동초등학교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투표소 밖까지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스1
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인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가회동 투표소가 마련된 재동초등학교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투표소 밖까지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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