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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언론의 반성문

입력
2016.04.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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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와 도널드 트럼프 돌풍이 거세자 지난달 언론들이 줄줄이 반성문을 썼다. 제4부로서 견제와 검증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이다. 탄탄한 풀뿌리 지지층을 갖고 있는 샌더스에 대한 외면은 “정치미디어의 뿌리 깊은 오류”라고 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상식과 선입관에 쏠린 때문으로 진단했다. 그들에게 ‘대선후보 힐러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상식이었지만 샌더스는 “가능성 없는 후보”였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자질 검증 실패를 반성했다. 자질과 공약을 검증해야 할 언론이 시청률과 클릭 수에 매달려 실제 이상으로 키워놓았다는 지적이다.

▦ 4ㆍ13 총선 결과는 우리 언론에도 똑 같은 과제를 안겼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혁명’에 견줄 수 있는 ‘여소야대’를 전망한 언론은 일절 없었다. 대다수 언론은 새누리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 역시 언론의 잘못된 상식에서 빚어진 오류다.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는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그 동안의 상식, 노령화에 맞물려 정치 지형 자체가 보수 쪽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매몰된 탓이다. 야권 분열은 필패라는 기존 상식도 한계를 드러냈다. 호남에서의 국민의당 돌풍 원인을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고 야권단일화 압박에 매달린 게 판단을 그르친 요인이다.

▦ 언론이 민심을 읽지 못한 이유는 상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바닥 민심이 현 정권에 철저히 이반해 있음을 보여줬다. ‘막장 공천’이라는 일회성 소재뿐 아니라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과 국정운영 실패 등 누적된 실정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이런 기류를 감지하지 못했다. 일부 언론은 심판관보다 선수를 자처하며 노골적인 편파보도를 했다. 언론사 간의 치열한 생존 경쟁과 그로 인한 권력의 눈치보기가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가로막은 것이다.

▦ 세월호 참사 때 언론은 호되게 회초리를 맞았다. 진실 규명에 소홀해 ‘기레기’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민심을 정확히 읽지 못한 언론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언론은 왜 여론을 읽는 데 실패했는가”라는 커다란 질문을 던졌다. 정치권에 민심을 제대로 읽으라고 촉구하기 전에 언론부터 자성해야 한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하는 얘기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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