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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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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

입력
2016.04.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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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국민들의 이런 요구가 나타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4ㆍ13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이 14일 딱 두 문장으로 내놓은 ‘입장’이다. 정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했다. 매서운 회초리를 든 국민들은 당장 깊은 반성과 쇄신의 다짐을 듣고 싶어하는데도 박 대통령은 이날 끝내 침묵을 지켰다.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망연자실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총선 참패에 대한 충격이 그만큼 깊고 크다는 뜻일 터이다.

4ㆍ13 총선 하루 전 국무회의 석상에서까지 19대 국회의 행태를 비판하는 노골적 선거개입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던 박 대통령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총선 전부터 국민을 향해 빈번하게 호소해 온 국회 및 야당 심판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집권 여당이 과반 붕괴에 그치지 않고 원내 1당 자리를 제1 야당에 내주기까지 한 것은 새누리 심판에 머물지 않고 박 대통령 자신을 호되게 심판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집권 초부터 계속돼 온 독선과 오만, 불통에 대해 마침내 국민들이 중간평가 의미의 총선을 통해 철퇴를 내린 셈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했던 상당수 보수세력까지 등을 돌렸다. 여기에는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극이 직접적 요인이지만 이 문제도 따지고 보면 박 대통령 자신의 공천 개입으로 빚어진 일이다.

독선과 오만, 불통이 부른 심판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의 출현으로 의회 권력이 완전히 야당으로 넘어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의 의석을 합하면 과반을 훌쩍 넘는 167석이나 된다. 이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어떠한 법안 처리도 불가능하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웠던 쟁점법안 처리 등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국회의 협력이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8개월 동안에는 더욱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오히려 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그간 비난해 마지 않던 국회선진화법에 의지해야 할 처지다.

총선 참패로 집권 후반기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현저하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가시화한다는 얘기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입법 등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도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은 총선 참패 책임론으로 지도부가 거의 와해되다시피 했다. 김무성 대표가 사퇴한 만큼 조만간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새로 구성한다지만 공천과정에서 한층 골이 깊어진 친박_비박 갈등으로 분위기를 일신할 지도체제 구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누구를 원망할 것도 없다.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한 데 따른 자업자득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스스로 달라져야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국정운영 스타일부터 바꿔야 한다. 그 동안처럼 국회 탓, 야당 탓만 하고 국민을 통한 압박으로 일관해서는 답이 없다. 내가 옳으니 무조건 따라 오라는 식의 독선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의견이나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타협하고 설득하고 필요하면 양보까지 해야 한다. 여야 지도부와는 가물에 콩 나듯이 띄엄띄엄 만나는 데 그쳤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여야 의원들을 직접 청와대로 초청하거나 전화를 걸어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뼈아픈 반성 위에 소통정치 펴야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 분위기를 일신할 인적 쇄신 작업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수첩인사에 머문다면 별 의미가 없겠지만 인물을 널리 구한다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에 앞서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4ㆍ13 총선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게 순서다.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어물쩍 얼버무리고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 총선 참패로 박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져 남은 임기를 무력하게 흘려 보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적으로 경제와 외교안보 등 다방면에서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이다.

20년 만의 3당 체제를 잘만 활용하면 박 대통령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일 필요가 있는 야당은 무작정 박근혜 정부의 발목을 잡고 정략적 공세로 일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면 야당도 사안에 따라서는 협조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박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반성과 함께 소통과 설득, 양보와 타협의 정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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