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 촬영
전신 가린 복장, 개종 강요 추정
“내 딸 사라투!” 화면에서 딸 사라투 아유바(17)를 알아본 리프카투 아유바가 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지난 2년간 딸의 생사도 모른 채 기다려온 그는 모니터를 부여잡고 “할 수만 있다면 당장 딸을 화면에서 끄집어내고 싶다”며 울부짖었다.
사라투 아유바는 2014년 4월 14일 나이지리아 보르노주 치복 마을의 여학교 기숙사에서 납치됐다. 당시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은 아유바를 비롯해 16~18세 여학생 276명을 집단납치해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가족들은 정부의 구조 협상만을 기다린 지 정확히 2년 만에 보코하람이 정부 협상에서 인질의 생존을 증명하기 위해 제작한 2분 길이의 영상을 통해 일부 학생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CNN은 13일(현지시간) 아유바를 비롯한 15명의 치복 공립 중등학교 여학생들의 생존 모습이 담긴 해당 영상을 공개했다. 학생들은 모두 아바야(이슬람 여성들의 의상)로 얼굴 외 전신을 가리고 있어 기독교도였던 소녀들이 이슬람교 개종을 강요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전했다. 보코하람 대변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이름과 학교를 묻자 소녀들은 땅을 내려다보거나 남성을 응시하며 대답을 이어갔다. 영상 말미에 등장한 한 학생은 대본을 읽듯 “우리는 모두 잘 있습니다”라며 “치복 소녀들을 대표해 2015년 12월 25일에 전합니다”라고 말했다.
보코하람은 일찍이 영상을 나이지리아 정부 측에 보냈지만 피랍 학생들의 가족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라이 모하메드 정보부 장관은 “2년이 지났음에도 학생들의 모습에 크게 달라진 바가 없어 (동영상 촬영 시점에 대해)우려했다”고 해명했다. CNN은 가족들에게 소녀들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주고 정부에 구조를 촉구하고자 하는 익명의 협상단 관계자가 영상을 제보했다고 밝혔다.
보코하람은 여학생들을 석방하는 대가로 100억 나이라(약 580억원)를 정부 측에 요구했다고 11일 영 일간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보코하람과 협상에 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하메드 장관은 “계속 대화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