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선 오뚝이처럼 역경을 딛고 일어선 화제의 당선자들이 유독 많았다.
강원 원주 갑 선거구에서는 불과 134표 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당락을 결정지은 것은 미 분류표였다. 강원 원주갑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기선 새누리당 당선자는 14일 새벽1시40분까지만 해도 권성중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270여 표차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권 후보는 당선을 확신하고 사진과 당선 소감이 담긴 보도자료를 낼 정도였다. 그러나 몇 분 뒤 2,000여 표에 달하는 미 분류표 검표과정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여기에서 1,200여 표를 가져간 김 당선자는 최종 득표수 3만1,845(44.4%)표로, 3만1,711(43.86%)표를 얻은 권 후보를 막판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김 당선자는 “용궁에 갔다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60여년간 여당 텃밭이었던 경기 광주을에서 야당의 기치를 올린 임종성 더민주 당선자는 유세 기간 중 부친상을 당해 선거 운동을 중단하면서도 값진 승리를 거둬 눈길을 끌었다. 임 당선자는 지난달 29일 노환으로 부친이 돌아가시자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데 전념하겠다며 5일 간 유세 활동을 접었다. 임 당선자는 “아버님 영전에 국회의원 배지를 놓아드리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 기쁘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아버님의 뜻을 이어받아 희망의 정치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 남구을에서 네 번째 도전 만에 국회 입성에 성공한 박재호 더민주 당선자 역시 지난해 숨진 아내의 영전에 당선증을 바칠 수 있게 됐다. 16대 때부터 이 곳에서 도전장을 내민 그는 17대 때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19대 때는 이번에 이긴 서용교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당시 직장암 3기 진단을 받은 아내는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났다. 박 당선자는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도움을 준 것은 주민들이었다”며 “새로운 부산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불모지인 전북 전주을에서 3수 끝에 당선된 정운천 새누리당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되자 가족들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번 선거가 마지막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부인과 아들, 딸까지 온 가족을 동원했다. 서울의 외국계 회사까지 휴직하고 내려온 아들 용훈(28)씨는 선거 기간 내내 큰절을 하느라 무릎을 다쳐 입원까지 했다. 미국 명문인 컬럼비아대에서 공부하던 딸 다은(24)씨는 한 학기를 휴학하고 태평양을 건너왔다. 서울에서 영어교사를 하던 부인도 내려와 선거운동에 벌였다.
김수민 국민의당 당선자는 아버지와 똑같이 대를 이어 비례대표 청년 몫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진기록을 썼다.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과를 나와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허니버터 칩’의 포장 디자인을 맡기도 한 그는 14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지낸 김현배 도시개발㈜ 대표이사의 딸이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전주=최수학 기자 shchoi@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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