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성 소수자 차별 논쟁에 불을 지핀 팻 매크로리(공화당)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이 끼었다. 지난달 성전환자가 출생증명서에 명시된 성별에 따라서만 공중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일명 ‘화장실법’에 서명하는 등 성 소수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정책을 잇달아 펼치면서 정치적인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현지시간) 매크로리 주지사가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성 소수자 차별 정책으로 인해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으며, 여론의 뭇매가 두려운 당내 인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결국 11월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매크로리 주지사는 12일 강경 입장에서 물러나 화장실법을 수정하고 성 소수자 차별을 막도록 고용정책을 손볼 것을 약속했다. 매크로리 주지사의 정책에 반발한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이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약속한 360만 달러(약 42억원) 규모 투자를 철회하고, 백악관은 연방 기금 수백만 달러를 거둬들일 것이라 경고하는 등 미국 사회 전역에서 비판이 이어지자 정치적 입지를 우려해 두 손을 든 것이다. 이 밖에 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열릴 예정인 공연을 취소하고, 미 프로농구(NBA)는 내년 올스타전 개최지를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옮기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성 소수자에 대한 강경한 차별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그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시민의 사생활과 평등을 지키기 위해 주지사로서 헌신을 다 하겠다”라며 역풍을 가라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WP는 이 같은 매크로리의 행보에 대해 “4년 전 중도세력과 연정을 통해 주지사에 선출된 그가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갈등해소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크로리 주지사의 화장실법 수정이 정작 그의 반 성 소수자 정책을 옹호하는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신문은 “매크로리는 지지세력에게 그가 기업들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성 소수자 차별법이 도가 지나쳤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잡음이 많은 공화당의 대선 경선도 공화당 후보로 재선을 노리는 매크로리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주지사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민주당의 로이 쿠퍼는 성 소수자 단체와 연계해 매크로리를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원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