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시메오네(46)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 마드리드?스페인) 감독의 ‘모 아니면 도’ 작전이 성공했다.
AT 마드리드는 14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거함’ FC바르셀로나(스페인)를 2-0으로 제압했다. 앙투안 그리즈만(25)이 전반 36분 헤딩슛, 후반 43분 페널티킥으로 2골을 터뜨렸다. 1차전에서 1-2로 패한 AT 마드리드는 1ㆍ2차전 합계 3-2로 4강 무대를 밟았다.
AT 마드리드는 이날 전반부터 상대 최전방 진영에서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중앙이 아닌 측면으로 계속 몰았다. 바르셀로나의 특급 공격 트리오 리오넬 메시(29)-루이스 수아레스(29)-네이마르(24), 이른바 ‘MSN’이 중앙에서 볼을 받을 수 없게 아예 패스 길목을 차단했다. 측면으로 쏠린 바르셀로나는 평소처럼 짧은 패스가 아닌 긴 패스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기록으로도 나타났다.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경기당 198회의 짧은 패스를 시도했지만 이날은 148회로 뚝 떨어졌다. 반대로 시즌 평균 68회였던 긴 패스 시도는 90회로 늘었다.
물론 시메오네 감독의 전략은 위험 부담도 컸다. 바르셀로나를 압박하기 위해 인원을 최전방에 대거 배치하면 AT 마드리드의 뒷공간이 텅 빈다. MSN은 상대가 강하게 압박을 들어와도 순식간에 풀어낼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다. 눈 깜짝할 사이 3~4회 패스를 주고받아 득점으로 연결하면 AT 마드리드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MSN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 스페인 축구 전문가 한준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3월 말 A매치 기간에 MSN 트리오가 남미까지 가서 월드컵 예선을 2경기씩 치르고 온 뒤 체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A매치 뒤 4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1승3패로 부진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이런 모든 요인을 고려해 승부수를 던졌고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시메오네 감독은 후반에는 전술을 바꿨다. 체력이 떨어진 선수를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 촘촘히 배치했고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움직일 공간을 최소화하며 경기를 매듭지었다.
AT 마드리드는 공격 전술도 단순했다. 볼을 잡으면 투 톱 야닉 카라스코(23)나 그리스만에게 길게 연결했다. 패스 성공률은 평소 85%에서 72%로 떨어졌다. 점유율도 28대72로 바르셀로나에 크게 뒤졌다. 그러나 유효 슈팅은 AT 마드리드가 6대4로 오히려 많았다. 바르셀로나에 비해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했다는 의미다.
한 위원은 “바르셀로나 공략법은 누구나 알지만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과감한 압박도 좋았지만 MSN의 컨디션 저하, 바르셀로나 일부 주전의 부상, 빨리 터진 선제골 등이 복합적으로 AT 마드리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평했다.
한편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은 AT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정해졌다. 4강 대진 추첨은 15일 진행된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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