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월드컵경기장/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13일 수원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수원을 대표하는 두 프로축구단 수원 삼성과 수원FC가 시간차를 두고 나란히 홈 경기를 치렀다. K리그 클래식 역사상 같은 날 같은 연고지의 두 구단이 안방에서 나란히 경기를 가진 것은 지난 1999년 9월 15일 당시 목동과 동대문운동장을 각각 홈으로 쓴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와 안양 LG(현 FC서울) 이후 17년 만이다.
◇ '수원 축구 축제'에 축구인들 총출동
인구 약 120만명의 수원으로선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때마침 국회의원 선거 공휴일을 맞아 수원 삼성 경기에는 1만1,600명이 운집했고 수원FC 경기는 3,996명이 찾았다. 축구 발전이라는 큰 그림에서 두 사령탑은 한 지붕 두 가족의 경쟁 구도를 반겼다. 서정원(46) 수원 삼성 감독은 "축구하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다"며 "영국 런던에만 가도 여러 팀들이 한 리그에서 뛰고 있어 부러웠다. 수도권에 더 많은 사례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우리가 진짜 수원이지 않은가"라고 웃으며 맹주의 자리를 뺏길 수 없다는 경쟁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덕제(51) 수원FC 감독은 "한 도시에서 두 경기를 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원 삼성 경기에 많은 관중이 들어오는 걸 봤다. 그 팬들이 수원FC도 궁금해 와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결국 우리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정 팬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며 연계 효과를 언급했다. 수원 월드컵경기장과 수원 종합운동장은 약 3.3㎞ 떨어져 있어 마음만 먹으면 이동이 가능하다.
주변의 기대도 크다. 수원 축구의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고자 이날 수원 월드컵경기장에는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와 김정남 한국 OB축구회 회장 등 축구인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수원과 포항의 경기를 지켜본 뒤 서둘러 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양 구단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지역 내 축구 열기를 끌어올리는 상승작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정남 회장도 "동시에 2경기가 같은 지역에서 열리니 축구 축제가 열린 것 같다"면서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축구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한 지붕 두 가족' 런던더비를 배워라
두 구단의 대결구도는 멍석이 제대로 깔렸다. 앞으로 런던 더비처럼 역사와 전통의 라이벌 매치로 발전할 수 있을지 흥미를 모은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 런던에는 인구 800만명 정도가 모여 사는데 2015~2016시즌 기준 축구 클럽만 프리미어리그(5개), 풋볼리그 챔피언십(4개), 풋볼리그 원(1개), 풋볼리그 투(4개) 등을 다 합해 총 14개나 된다. 이들 팀은 동서남북으로 나눠진 각각의 런던 더비로 매년 흥행의 기폭제 역할을 담당한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전통의 명문 아스널과 토트넘이 맞붙는 북런던 매치다. 두 구단은 아스널이 1913년 북런던 지역의 하이버리로 연고를 옮긴 뒤 100년이 넘는 라이벌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런던 더비는 수원 두 구단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롤모델이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게 팀 성적이다. 올 시즌 초반 수원 삼성은 주춤하고 있지만 워낙 저력이 있는 구단이라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 승격한 수원FC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갖느냐가 관건이다. 다행히 조덕제호는 첫 5경기(1승 4무 승점 7) 동안 한 번도 지지 않고 있어 전망을 밝힌다.
수원 두 구단의 자존심을 건 첫 더비는 오는 5월 14일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7월 10일과 10월 2일에는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2차례 더 맞대결한다. K리그의 새 희망을 제시할 수원 더비가 첫 발을 내딛기 일보직전이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