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3> 초반부터 좌상귀에서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세돌이 1로 호구 자리 급소를 들여다봤을 때 알파고가 2로 슬쩍 옆으로 비껴서 받은 게 실은 무서운 노림을 간직한 수다. 당시 일부 TV해설자들은 “나중에 흑A, 백B, 흑C로 백을 괴롭히는 뒷맛이 남아서 기분 나쁘다. 그냥 튼튼하게 B로 꽉 이어 두는 게 낫다.”는 의견을 표했지만 알파고의 수읽기는 이보다 한 수 위였다.
이세돌이 3으로 상변의 대세점을 차지했을 때 곧바로 알파고의 놀라운 묘수가 등장했다. 좌변에서 4로 밭전자 행마한 게 진작부터 노리던 날카로운 역습이다. 얼핏 보기엔 대단히 엉성해 보이지만 마치 천라지망과 같아서 흑 석 점이 쉽게 빠져나가기 어렵다. <참고1도> 1이면 탈출은 가능하지만 2, 4로 뚫고 나간 다음 6으로 연결해서 흑이 근거 없이 쫓기게 된다. 따라서 애당초 흑3으로는 빨리 5로 꼬부려서 흑 석 점을 확실하게 연결하는 게 정수였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흑돌을 포기할 수는 없으므로 이세돌이 5, 7로 수습을 꾀했다. <참고2도> 1로 차단하면 2, 4로 끊어서 이 싸움은 흑이 불리하지 않다. 그러자 알파고가 선선히 8로 연결해서 가장 안전한 길을 택했다. 굳이 복잡하게 싸움을 할 필요 없이 이 정도로 타협해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흑은 당장 D의 단점까지 지켜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이 싸움에서 아무런 전과도 거두지 못한 셈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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