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남발로 계좌 개설 깐깐해지자 거래 없는 신규법인들 타격
기타 창업 증명 서류만으로도 법인계좌 발급
금융감독원은 13일 막 창업해 아직 세금계산서가 없는 법인도 앞으로 법인계좌 개설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작년 11월부터 신규 계좌 개설 요건을 강화했는데, 의도치 않게 신규법인에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규제로 작용하면서 손질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금융회사는 법인계좌를 개설할 때 대표자 실명 또는 신원확인증표 이외에 금융거래목적 확인을 위해 세금계산서, 물품공급계약서 및 재무제표 등 증빙서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 실적이 없는 신규 창업법인은 임대차계약서 등을 통해 실제 사업을 하는 것이 확인돼야 계좌를 만들 수 있었다. 사업장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는 하루 금융거래 한도가 190만원으로 제한되는 소액거래계좌만 개설해줬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규 법인의 경우 세금계산서와 같은 증빙서류가 없어 계좌 개설에 ‘퇴짜’를 맞는 사례가 빈번했다. 영업점 창구에 비치돼 있는 법인 계좌 개설 안내서에도 필요한 증빙서류로 ‘임대차계약’ 등 다른 증빙서류에 대한 설명이 없고, 서비스업과 같이 별도 사업장이 없는 경우에는 법인등록증 외 다른 증빙서류를 제시하지 못해 법인계좌 개설에 애를 먹었다. 일부 은행 창구에서는 “세금계산서가 없으면 개설할 수 없다”고 아예 차단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금감원은 영업점에 비치돼 있는 안내서를 기존 법인과 신규 창업법인으로 구분하고 적절한 안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직원 교육을 강화키로 했다. 임대차계약서 등이 없는 경우에도 중소기업청의 ‘창업지원자금’, 창업진흥원의 ‘창업맞춤형사업화’,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서류 등을 통해 창업 여부가 확인되는 경우 계좌 개설이 가능토록 개선했다. 또 일정 기간 정상적인 거래가 확인되면 정상계좌로 전환하는 소액거래계좌제도의 시행도 현재 7개 은행에서 전 은행권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6월 노숙자 명의로 유령법인을 설립해 2,300여개 대포통장을 개설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법인계좌 개설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며 “하지만 신규 창업법인의 금융거래가 막히는 사례가 발생해 개선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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