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엔 사무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역사적인 절차가 12일(현지시간) 막을 올렸다.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사실상 밀실회의를 거쳐 사무총장을 뽑았던 관행이 끝나고 유엔 창립 70년 만에 처음으로 후보들이 비전을 제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엔 총회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실에서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한 후보와의 ‘비공식 대화’(Informal Dialogue)를 시작했다. 2017년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유엔의 수장이 되고자 지원한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고 그들의 비전을 듣는 자리다.
이는 지난해 후임 사무총장 선출을 더 투명하게 하기로 절차를 변경한 데 따른 것으로, 첫 번째 검증 과정인 셈이다. 청문회 진행을 맡은 모겐스 리케토프트 유엔총회 의장은 “투명성과 포용이라는 원칙에 따라 후임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시작한다”면서 “과거 유엔에는 없었던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맨 처음 청문회에 나선 후보는 몬테네그로의 외교부 장관인 이고르 루크시치(39). 국방부 장관, 총리를 지낸 화려한 경력 외에 몬테네그로가 다인종ㆍ다문화 국가라는 점을 내세우며 이해관계가 복잡한 유엔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음을 은연중에 강조했다.
다음은 유네스코 사무총장인 불가리아 국적의 이리나 보코바. 차기 사무총장이 지역 안배 원칙에 따라 동유럽에서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작년 말까지 유엔난민기구를 이끌었던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구테레스는 이날 마지막 후보로 나섰다. 그는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유엔평화유지군 등과 관련한 견해를 밝혔다.
13일에는 다닐로 튀르크 전 대통령(슬로베니아), 베스나 푸시치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크로아티아), 나탈리아 게르만 부총리(몰도바)가 대화에 나서며, 14일에는 스르잔 케림 전 유엔총회 의장(마케도니아)과 헬렌 클라크 전 총리(뉴질랜드) 차례다.
유엔 사무총장을 뽑는 절차가 이전보다는 투명해졌지만, 여전히 안보리가 키를 쥐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안보리는 7월에 회원국을 대상으로 어느 후보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지를 타진한 뒤에 9월에 1명의 후보를 지명해 총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총회는 과거처럼 안보리에서 올린 후보를 인준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밟게 된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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