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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한표가 내일을 바꾼다

입력
2016.04.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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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 평가하고 앞으로의 4년 결정

개인의 권리 넘어 민주주의 발전 좌우

지난 4년을 평가하고, 앞으로 4년을 선택하는 4·13 총선일이 밝았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이 투표용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지난 4년을 평가하고, 앞으로 4년을 선택하는 4·13 총선일이 밝았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이 투표용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앞으로 4년 국민을 대표해 의정을 이끌 300명의 일꾼을 선출하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날이 밝았다. 법이 정한 나이의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날이다. 지난 4년 대의정치를 평가하고 향후 4년 자기 삶을 결정할 소중한 표다. 여전히 ‘내 한 표로 뭘 할 수 있겠냐’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나와 우리 주변, 그리고 사회를 바꾸는 일이 그 한 표에서 시작된다. 빈부 격차는 확대되고 실업이 일상화한 지금 나의 한 표가 없다면 이 시대의 현안은 후대의 숙제가 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세계사의 많은 장면들도 그 1표 차로 바뀌었다. 전제정치에서 국민이 주권을 갖는 공화국이 된 프랑스의 선택에도 한 표의 힘이 있었다. 1875년 프랑스 의회에서 공화파와 왕당파의 표 대결 결과는 353대 352였다. 17세기 영국에서 왕정의 막을 내리고 공화정이 출범하게 된 찰스 1세의 처형 판결도 1표 차로 결정됐다. 1839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현역 에드워드 에버렛은 1표 차로 낙선했다. 그 한 표는 투표 마감 시한을 넘겨 투표장에 도착한 에버렛 자신의 것이었다.

먼 나라 일만이 아니다. 8년 전엔 강원 고성군수 보궐선거의 당락을 1표가 갈랐다. 2000년 16대 총선 때 경기 광주와 서울 동대문을의 최종 표차는 단 3표였다.

우리 현대사에서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사사오입이라는 희대의 궤변으로 개헌안을 밀어붙인 배경에도 한 표가 숨어 있다. 국회 표결 결과 개헌 정족수에 단 1표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 ‘사사오입 개헌’은 4ㆍ19 혁명을 불렀고, 이 대통령에게 국부(國父) 칭호 부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로 남아 있다.

나의 한 표는 각 당이 ‘장밋빛 공약’으로 화려하게 포장한 ‘세금 청구서’에 도장을 찍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들이 앞다퉈 발표한 공약의 재원은 결국 우리 주머니에서 나간다.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공약은 유권자의 세금을 어디에 우선 순위를 두고 쓸지를 담은 비전”이라며 “우리 생활과 직결된 만큼 꼼꼼히 살펴 표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내 한 표가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늘 내가 찍는 한 표는 아울러 ‘오늘 주어진 나의 권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2년 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이 살아있다면 13일 생애 첫 주권행사를 했을 것이다. 또 나에게 주어진 투표권은 민주주의를 위해 스러진 이들의 희생의 산물이기도 하며, 그렇기에 ‘빚진 자’가 그 빚을 갚는 한 표이기도 하다. 원로사학자인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투표권은 단순히 개인의 한 표만이 아닌 민주주의의 후퇴냐 진일보냐를 결정하는 가치를 갖기에 귀중하며 엄중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로 12㎝, 세로 15.5~28.5㎝에 3g 남짓한 투표용지의 무게는 그래서 결코 작지도 가볍지도 않다.

이번 20대 총선의 의미는 여느 때와 다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차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선거이고, 60대 이상의 ‘그레이 보터’가 주도하는 첫 선거이자 세대간 투표대결이 예고된 선거이다. 여기에 전체 253개 선거구의 절반이 넘는 129곳에서 예측불허의 대혼전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찍은 한 표가 여당을, 야당을 심판하고 바꾸는 소중한 ‘1표’가 되는 선거 날이 바로 13일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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