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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청년, 정말 아프다면

입력
2016.04.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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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총선청년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년실종·정책실종'이라는 구호가 적힌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년실종·정책실종'이라는 구호가 적힌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사상식 문제 하나. 이번 총선의 유권자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층은?

①20대 ②30대 ③40대 ④50대 ⑤60대 이상

이번 총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이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문제였을 듯싶다. 답은 ⑤번, 60대 이상이다. 전체 유권자 4,210만명 중 984만명, 23.4%이니 4분의 1에 육박한다. 늘 이렇지는 않았다. 최대 유권자 층으로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급속한 노령화의 결과다.

혹시 희망을 담아 ①번이라고 답한 이들이 있을까. 애석하게도 20대는 첫 투표 연령인 19세를 포함해도 739만명에 불과하다. 전 연령대 중 가장 적다. 이러니 ‘그레이 보터(Gray Voterㆍ노년층 유권자)’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60대 이상이 이번 총선의 판세를 가늠할 거라는 진단들이 쏟아질 만했다.

어디 유권자 수뿐 인가. 고령층과 청년층의 투표율도 현격히 차이가 난다. 지난 19대 총선만 봐도 60세 이상 투표율은 68.6%로 가장 높았고, 20대는 41.5%에 불과했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지난 총선과 연령대별로 동일한 투표율이 나온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60대 이상의 투표 참가자는 675만명에 달하는 반면, 청년층(19~29세)은 307만명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 고령층 7명이 투표를 할 때 청년층은 3명 가량만 투표를 할 거란 얘기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6총선청년네트워크 회원들이 청년실종·정책실종 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6총선청년네트워크 회원들이 청년실종·정책실종 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각 당이, 또 후보자들이 표밭을 쫓는 건 당연하다. 선거에서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위한 공약을 찾아보기 힘든 건, 그들의 환심을 사봐야 얻을 수 있는 표가 많지 않다는 계산 때문이다. 평상 시에는 노인 비하 발언까지 일삼던 후보자조차 막상 선거 때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동네 경로당을 찾아 다니며 일일이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한다. 이게 진짜 공약(公約)일지 공약(空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총선에서 유난히 ‘어르신 공약’이 넘쳐난 것도 이 때문일 테다. 노인복지청을 신설하고 노인 일자리를 연간 10만개를 창출하겠다든지(새누리당), 기초노령연금을 10만~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높이겠다든지(더불어민주당), 또 노인 일자리수당을 월 2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겠다든지(국민의당) 어르신들을 향한 온갖 ‘뇌물 공세’가 빗발쳤다. 이에 비하자면, 청년들의 마음을 확 잡아 끄는 공약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총선은 시작일 뿐이다. 해를 더할수록 노년층 인구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고, 자연스레 노년층 유권자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이다. 얼마 전 만난 정부 내에서 청년정책을 담당하는 한 관료의 푸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이대로 선거가 몇 번만 더 치러지면 노인과 청년 복지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고령층의 표가 많아질수록 고령층 공약은 선거를 치를수록 더 많이 쏟아질 것이고, 여기서 소외되는 청년층은 당장의 삶뿐 아니라 미래의 삶까지 담보를 잡힐 수밖에 없을 거란 얘기였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지금 우리 사회 연령대 중 갈증이 가장 심한 계층은 누가 뭐래도 청년층이다. 학교에서는 스펙 경쟁에 시달리고, 졸업해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아버지 세대를 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점점 더 늘어난다. 누가 떠밀지 않아도 그 어떤 연령층보다 악착같이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 게 맞다.

물론 이렇게 항변할 수는 있다. 딱히 표를 주고 싶은 사람이 없는 걸요? 누굴 뽑으면 우리들의 삶이 나아지는 건가요?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지만, 그래서 더 투표를 해야 한다. 청년들의 아픔을 대변해줄 수 있는 이들이 없다고 외면한다면, 청년층은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더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투표 날이다. 이번이 아니라 다음을 위해서라도 청년층이 좀더 많이 투표장으로 향했으면 한다. “꼭 투표하겠다”는 20대가 여느 선거 때보다 많다는 여론조사를 믿어본다.

이영태 경제부장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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