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치러진 페루 대통령 선거에서 1위로 결선투표에 오른 게이코 후지모리의 남동생 켄지 후지모리(36) 의원이 같은 날 실시된 총선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국회의장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두 자녀가 한꺼번에 페루 정부와 입법부 수장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남미 지역 위성방송인 텔레수르는 11일(현지시간) 켄지 후지모리 의원(리마 지역구)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50만 표 이상을 획득해 최다 득표로 당선이 확실시된다며 여론조사기관 CPI의 출구조사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방송은 켄지 의원의 당선이 확정되면 높은 지명도로 인해 국회의장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켄지 의원은 누나인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와 같은 ‘푸에르자 2011’당 소속으로 2011년 수도인 리마 지역구에서 의원으로 당선, 정계에 뛰어든 인물이다.
대통령을 배출한 명문가의 막내아들로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중남미 언론들은 켄지 의원이 과거 수차례 마약 거래에 연루된 사실을 거론하며 그가 국회의장에 오를 경우 자칫 페루 의회가 마약 스캔들에 휘말릴 수 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텔레수르는 “켄지 의원은 지난 10여 년 동안 마약 밀거래에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된 적이 있다”라며 “2013년에는 공동소유하고 있는 창고 건물에서 코카인 100㎏이 발견되자 해운사에 배달책임을 돌리며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페루는 콜롬비아에 이어 전 세계 2위의 코카인 생산국으로 정ㆍ재계 곳곳이 마약관련 범죄와 연루되어 골치를 썩이고 있다. 2006년엔 게이코 후지모리의 재정적 후원자들이 마약밀거래를 한 기업에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정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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