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박스를 택배로 받았다. 보낸 사람이 운영하는 출판사의 신간과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한 두툼한 책이 두 권 들어 있었다. 정성껏 만든 따끈따끈한 신간을 늘 챙겨 보내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같이 읽으면 하는 책을 사서 펜으로 편지까지 써서 보냈으니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었다. 사람들이 책을 선물로 주고받던 때가 있었다. 가난한 나는 평소 읽고 싶던 책을 일찌감치 구해 깨끗이 읽은 뒤 선물할 수도 있었으니 언제나 책은 나에게 일석이조의 선물이었다. 그때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르지도 않았지만 책은 이제 무난하지 않은 선물이 되었다. 어쩌면 가장 난감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만들어진 책의 절반 이상이 팔리지 않고, 팔린 책의 절반 이상이 읽히지 않는다는 글을 오래 전에 읽은 적이 있다. 과연 선물한 책은 얼마나 읽힐까. 언젠가 한 가난한 시인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여러 권 구입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준 적이 있는데, 책을 받으며 나는 약간의 스트레스도 받았다. 비슷비슷한 우리의 경제력을 생각하면 도서관에서 빌려보도록 정보를 주거나, 한 권을 사서 돌려보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정작 책을 선물하던 사람은 아주 행복해 보였다. 외국에 사는 친구들에게 발송할 책을 낑낑거리며 우체국으로 옮길 때도 그는 늘 행복해 보였다. 도무지 시대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있고, 이상하게도 그가 가장 지름길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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