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이 7월 공화당 중재 전당대회를 통해 11월 대선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라이언 의장과 측근들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 대선을 염두에 둔 듯한 수상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원의장 직을 맡을 때도 처음에는 고사(固辭)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여론을 떠보는 행보라는 것이다.
11일 미국 인터넷 언론 ‘옵저버’에 따르면 라이언 의장은 미국 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의 토드 리켓 공동 구단주 주선으로 다음 주 공화당의 거액 기부자와 연쇄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회동에는 같은 MLB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주(켄 켄드릭) 부인인 랜디 켄드릭도 참가한다. 리켓 구단주와 랜디 켄드릭은 이미 거액을 들여 트럼프 낙마를 위한 ‘슈퍼 팩’(정치활동위원회)을 가동 중이어서, 이들의 만남이 라이언 의장의 출마를 종용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옵저버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라이언 의장이 겉으로는 불출마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와 테크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에 불만을 품은 공화당 주류 지지를 얻어 대선에 나서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도 자신의 지역구 위스콘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이 벌어지던 5일 라이언 의장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사실에 주목했다. 라이언 의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을 다짐했다. 이는‘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동등하게 대하겠다’는 트럼프와는 180도 다른 행보다.
라이언 의장은 귀국 후 트위터를 통해 인종ㆍ민족ㆍ종교에 편파적인 기존 정치 풍토를 비판하고 정책 승부가 필요하다는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메시지나 사용된 음악이 대선 후보 홍보영상과 매우 흡사해 주목을 받았다. 대권을 염두에 둔 영상이라는 언론 분석이 잇따르자, 뒤늦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출마설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편 ‘중재 전당대회’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라이언 의장만큼 주목 받지 못하지만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공화당 성향의 퇴역 장군 등도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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