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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학교 최저가낙찰제, 강사ㆍ교구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

입력
2016.04.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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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업체 선정방식 새로 도입

10~30% 저가 출혈경쟁 치열

“지난해보다 강사료 10% 줄어”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음악강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34)씨의 월급은 지난해보다 15% 줄었다. 지난해 학생 1명 당 3만4,000원으로 책정됐던 수강료가 올해는 1명 당 2만9,000원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11일 “올해부터 위탁업체 선정방식으로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되면서 업체들이 낮은 입찰가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위탁업체 수익감소에 따른 피해를 강사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방과후학교 업체 선정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위탁업체 선정방식을 조달청(나라장터)을 통한 2단계(1차 서류심사, 2차 최저가낙찰제)입찰제도로 바꾸면서, 위탁업체들이 낮은 낙찰가 때문에 발생한 손실을 강사와 교구업체에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탁업체들은 불가피한 선택이라 항변 하고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최저가낙찰제를 두고 ‘위탁업체, 강사, 교구업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최저가낙찰제 도입으로 위탁업체들은 학교측이 제시한 금액보다 10~30% 가량 낮은 금액으로 학교와 계약하고 있다. 실제로 나라장터에 공개된 서울시 초등학교의 방과후학교 사업 낙찰가를 분석한 결과 최근 3개월간 521개 업체의 평균 낙찰가율은 88% 였다. 사업비가 축소되면서 위탁업체들이 강사들에 주는 수강료도 함께 줄었다. 강사들은 여기에 위탁업체-강사간 계약에 따라 약 20%의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2년째 방과후학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전모(34)씨는 “지난해보다 강사료가 10% 정도 줄었고, 업체가 수수료 19%를 떼가니 손에 쥐는 것이 별로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교구업체들도 발을 구르고 있다. 과학교구를 위탁업체에 판매하는 A업체 대표는 “지난해 15% 수수료로 계약했던 위탁업체 3곳이 올해 모두 40%대의 수수료를 요구했다”며 “이 상태로는 수익이 남지 않아서 35% 수수료를 제시한 한 업체와만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위탁업체들도 자신들을 현행 제도의 피해자라고 항변한다. 한 위탁업체 대표는 “최저가낙찰제가 시행되고 위탁업체들도 수익이 준 것은 마찬가지”라며 “강사들과 교구업체에 고통분담 차원에서 조금씩 양보하자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유청 방세아방과후협동조합 대표는 “업체 선정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앞으로 낙찰가는 더 낮아질 것”이라며 “학교가 최저가낙찰제로 위탁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협동조합이 주축이 돼 강사와 교구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학교와 위탁업체를 상대로 계약관계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첫 시행된 제도인 만큼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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