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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살리는 고마운 동물 돼지

입력
2016.04.1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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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질전환 돼지 연구 발전 시 ‘이종이식’ 본격화 될 듯

서울대 의대 의생명특수자원동물센터의 무균미니돼지들 모습.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 의대 의생명특수자원동물센터의 무균미니돼지들 모습. 서울대병원 제공

삼겹살로 입맛을 즐겁게 해주는 돼지가 이종이식을 통해 인류의 건강과 생명까지 책임지는 소중한 동물로 거듭나고 있다.

돼지가 처음부터 이종이식 공여동물 대상으로 여겨진 것은 아니었다. 의학자들은 애초 인간과 진화적으로 유사한 침팬지, 버분, 고릴라, 원숭이 등 영장류를 공여 적합 동물로 보고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종을 연구를 위해 희생시킨다는 윤리적 문제와, 인간과 출산 기간이 유사하고 한 번 임신하면 1마리밖에 출산하지 못하는 공급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다 영장류는 인간과 종(種)적으로 가까워 감염질환의 전파 우려도 상존했다.

하지만 돼지는 오랜 동안 식용으로 사용돼 온 까닭에 윤리적 문제가 한결 덜하다. 임신 기간도 114일 정도이고 새끼도 한 번에 5~12마리까지 낳아 공급 측면에서도 따라올 동물이 없다. 거기다가 감염 전파의 위험성도 낮다.

박정규 서울대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단장은 “돼지는 다른 동물에 비해 자궁벽이 두꺼워 어미로부터 새끼가 세균과 바이러스 등에 감염될 확률이 높지 않다”면서 “자궁벽을 그대로 드러내 균이 없는 통에서 새끼를 꺼내 키운 것이 무균돼지”라고 설명했다. 무균돼지는 ‘미니돼지’라고도 불린다. 사람의 장기 크기에 맞추기 위해 100kg 체중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종이식 공여동물로써 돼지와 버분원숭이 비교

우리나라는 공여 돼지 수가 많음에도 정작 ‘이종이식의 꽃’이라 할 형질전환 돼지는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 의학자들은 “사회ㆍ종교적으로 유전자조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 기존 면역억제제를 사용한 이종이식이 가시적인 성과를 올려야 형질전환 돼지 사용이 사회적으로 용인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단장은 “아직까지 이종고형장기이식이 동종 간 장기이식을 대체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면역 거부반응을 회피할 수 있는 형질전환 돼지가 생산되고 있어 향후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 박 단장은 이어 “돼지를 이용한 이종장기이식은 질환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공상과학 소설처럼 장기를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평소 건강한 삶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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