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출 사건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접근법이 무척 조심스럽다. 자칫 잘못하면 한중ㆍ북중관계 모두가 어그러질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대신 향후 한중간 탈북자 문제 협의에선 불법체류자 신분을 강조할 공산이 커 보인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류경식당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탈출해 한국으로 입국한 사건과 관련, “공안당국이 최근 일부 북한인들의 실종신고를 받고 확인한 결과 북한인 13명이 유효한 여권을 갖고 6일 새벽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낀 채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건 이들이 유효한 신분증을 소지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루 대변인은 설명은 ‘이들이 일반 탈북자들과 달리 합법적 여권을 소지했기 때문에 중국당국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에 곤혹스럽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중국 당국이 전혀 모르게 우리 정부가 13명을 극비리에 빼돌렸다면 외교 문제로 비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국 당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한 협력 차원에서 눈감아줬을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그러나 향후 탈북자들의 한국행이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탈북자 문제는 한중 당국간 협의를 통해 처리해왔고, 최근 몇 년간은 중국이 인도주의적 입장을 강조하는 우리 측 의견을 수용하는 쪽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북중관계의 추가 악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탈북자의 경우 중국 국내법에 따르면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원칙적으로는 강제송환 조치가 우선”이라며 “북한이 4차 핵실험 이후 공개적으로 탈북자 문제를 거론해온 상황에서 이번 사건까지 겹친 만큼 당분간은 탈북자들의 한국행이 지체되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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