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윤후명 “강릉은 내 처음이자 마지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윤후명 “강릉은 내 처음이자 마지막”

입력
2016.04.11 14:58
0 0
소설가 윤후명이 11일 소설집 ‘강릉’ 출간 간담회 자리에서 웃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가 윤후명이 11일 소설집 ‘강릉’ 출간 간담회 자리에서 웃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은 소설뿐 아니라 제 모든 글의 배경이자 원천으로 살아 있습니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 말고도 강릉에 관한 작품이 여럿 더 있습니다만, 모두 강릉의 자연과 역사, 그곳에 사는 삶들의 뿌리를 우리 민족의 뿌리로 연결시키려는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내년 등단 50주년을 앞둔 소설가 윤후명(70)이 소설집 ‘강릉’(은행나무)을 냈다. 총 12권으로 완간될 윤후명 소설 전집의 첫 권이다. 강릉에서 태어난 작가는 여덟 살 무렵 고향을 떠나 일흔이 되어 돌아왔다. 지난해 말 지역 도서관의 명예관장이라는 호칭을 달고서다.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에 놓이게 된 단어 ‘강릉’이 신작의 주제가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작가는 11일 서울 인사동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소설집의 또 다른 제목을 “강릉 호랑이에 관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 외할머니로부터 호랑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호랑이가 머리 감는 처녀를 물어가 장가를 든 뒤 나무로 변신해 매년 처갓집에 내려오는 것을 기린 행사가 ‘강릉 단오제’의 유래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요. 단오제를 보며 잊혀져 가는 세계가 여기서 재현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릉과 호랑이는 열 편의 소설을 하나로 묶는 키워드다. 작가는 강릉 가는 길에 가마를 멈춘 수로부인에게 꽃을 꺾어다 바친 ‘헌화가’의 노인으로 변신하거나(‘눈 속의 시인학교’), 설화 속 호랑이에 이입해 선녀가 된 처녀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부르고(‘방파제를 향하여’), 호랑이에게 먹혀 머리만 남은 처녀와 죽은 모든 존재들이 되살아나 함께 둑길을 걷는 환상(‘호랑이는 살아있다’)을 경험하기도 한다. 실크로드, 북방의 우랄-알타이 사막, 몽골 대초원, 티베트 고원까지 이르렀던 그의 문학적 여정이 최종적으로 회귀한 강릉은, 특정 지역명을 넘어 소설적 자아의 마지막을 은유하는 상징적 공간이 된다.

책의 말미엔 강릉을 모티프로 쓴 데뷔작 ‘산역’을 함께 묶었다. 이로써 순차적으로 나올 전집의 첫 권으로서 면모를 갖췄다. 작가는 전집 출간에 대해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제 고래희를 지난 나이에 제 작업의 전모를 모아 살피게 되어, 제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 한 눈에 보게 되는 설렘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제 삶을 마무리하는 어떤 상징을 얻는 최종 작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것이 저의 모든 것입니다. 저에 관하여 이외에 무엇인가 알려졌거나 보여진 게 있다면 그것은 저의 모습이 아닙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