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가수 나이가 몇 개, 마흔하고도 네 개 근데도 한창인데’. 가수 박진영(44)이 지난 10일 낸 신곡 ‘살아있네’ 속 가사다. 그는 ‘오래가는 자가 강한 자’라며 데뷔 22년을 맞은 댄스가수로 살아가는 자부심을 직접 노랫말에 담았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에서 하정우가 한 “살아있네”란 말을 듣고 영감을 받아 쓴 곡이다. 곡 제목처럼 ‘살아있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데뷔곡인 ‘날 떠나지마’(1994)를 비롯해 히트곡 ‘그녀는 예뻤다’(1996)와 ‘허니’(1998)에서 ‘어머님이 누구니’(2015)로 이어지는 활동 모습을 뮤직비디오에서 재현해 재미를 줬다.
박진영이 낸 싱글 앨범 ‘스틸 어라이브’의 주제는 ‘열정’이다. 그는 미국 유명 방송인 코난 오브라이언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화제가 된 또 다른 신곡 ‘파이어’에서 ‘음악만 나오면 왜 이러는지 몰라’라며 자신의 ‘뜨거운 피’를 자랑한다. “영원한 딴따라”로 사는 박진영의 음악으로서의 ‘흥’은 멈추지 않는 듯 보인다.
박진영은 소속사 식구들 사이에서 ‘뜨거운 청년’으로 통한다. 그는 매주 2~3곡의 신곡을 만들어 소속사 직원들에 들려준다.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1일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회의 때마다 직접 가이드 녹음을 한 신곡을 항상 들려준다”며 “많은 곡이 외면 받는데도 매번 들고 와 난감하다”며 웃었다.
20여 년 동안 댄스곡을 만들고 부르며 춤을 출 수 있는 건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이다. 박진영은 매일 오전 1시에 자 오전 7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집에서 하는 일이 두 시간의 운동과 발성 연습이다. 창작열만 뜨거운 게 아니다. 그는 ‘농구광’이다. 박진영의 측근은 “박진영은 아직도 일주일에 3일은 농구를 하며 즐긴다”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해서든 하고 마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X세대(90학번)로 자라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청춘처럼 사는 ‘영포티’(Young Forty)가 따로 없다.
박진영은 유행에 민감하고, 장난기도 많다. 그는 ‘살아있네’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자신의 ‘흑역사’도 과감하게 꺼냈다. ‘날 떠나지마’로 활동할 때 입어 ‘패션 테러리스트’란 말을 듣게 했던 비닐 바지를 새로 제작했다. 박진영이 비닐 바지를 다시 입은 건 22년 만이다. 속옷 유행의 흐름을 반영해 당시 입었던 삼각 팬티 대신 사각 팬티로 바꿔 입은 게 유일한 변화다.
‘파이어’에서는 구설에 오른 ‘발 피아노 연주’를 다시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박진영이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서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발로 피아노를 연주해 폭소를 자아냈던 것에 대한 패러디다. 정욱 대표는 “다시 입은 비닐바지와 다시 선보인 빌 피아노 연주는 ‘셀프디스’(자기 비판)”라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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