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알파고
흑 이세돌
<장면 1>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두 판을 내리 패하자 바둑계는 물론 나라 전체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사실 첫 판에서는 상대를 잘 몰라서 실수로 졌다고 할 만한 여지가 없지 않지만 2국은 누가 봐도 분명히 이세돌의 완패였기 때문이다. 특히 알파고는 그 동안 바둑계에서 ‘두텁다, 엷다, 가볍다, 모양이 좋다’ 등으로 모호하게 표현했던 ‘직관의 범주’를 구체적으로 계량이 가능한 ‘계산의 범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실제로 2국에서 이세돌이 패착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 반면 알파고는 인간의 눈으로 보면 ‘이상한 수’를 여러 차례 두었는데도 결과는 알파고의 무난한 승리로 끝났다. 결과적으로 1국은 상대를 잘 몰라서 졌고 2국은 알파고의 특성에 정면 도전했다가 계산력에 밀린 셈이다.
이세돌이 일찌감치 막판에 몰렸다. 1, 2국을 모두 졌으므로 이번 3국마저 지면 일단 5번기 대결은 알파고가 승리하게 된다. 3국은 다시 이세돌의 흑번이다. 1, 2국 때와 달리 이번에는 상변과 좌변 일대에 큰 모양을 만들어서 알파고의 침입을 유도했다. 12 때 <참고1도> 1로 응수하면 2부터 8까지 너무 쉽게 정리된다. 그래서 먼저 13을 차지해 상대의 근거를 없앴다. 이때 백이 <참고2도>처럼 진행하는 건 조금 무거운 느낌이다. 14로 두 칸을 뛰어 나간 게 날렵한 행마다. 역시 알파고의 ‘감각’은 세계 정상급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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