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국제 노선은 없어…
인천공항만 키우겠다는 국토부, 김포공항 노선 확장에는 뒷짐
“인천공항 운영 철학 분명히 하고 김포공항 역할 재조정해야”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 2층. 3층 출국장으로 오르기 위한 계단 좌측에 커다란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영화관, 아웃렛 등 상점들이 있던 자리다. 국제선 터미널 확장을 위해 이 상점들은 지난해 3월 모두 철거됐고, 7월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측이 연간 수용인원을 현재보다 60만명 늘리기 위해 450억원을 들이는 공사다. 2001년 인천공항이 문을 열면서 국제선 수용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다가 15년 만에 다시 확장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국제선 이용객을 늘리고 여객편의시설을 추가하기 위해 청사 규모를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김포공항 국제선 이용자는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고 있다. 게다가 노선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는 신규 노선에 부정적이어서, 무리한 확장 공사가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김포공항은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이 400만9,683만명으로 전년 대비 1.3%(5만4,230명) 줄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영향도 있긴 했지만, 김해ㆍ대구ㆍ무안공항 등이 20% 이상 이용객이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비되는 실적이다. 국제선 운항횟수도 2012년(2만1,454회)를 정점으로 매년 줄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공사측이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 확장에 나서는 건 현재 이용객이 수용능력의 90%에 육박하는데다 향후 노선 확충에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공사측은 국제선 청사 시설 규모를 2017년까지 5만3,090㎡에서 10만662㎡로 늘려 수용 규모를 연간 430만명에서 493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신규 노선이 늘어나지 않으면 이용객은 계속 감소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운항 중인 노선은 일본, 중국, 대만 3개국 5개 노선. 작년 말 제주항공이 김포~나고야 노선 운항을 중단하면서 1개 노선이 줄었다. 신규 노선 확충도 쉽지 않다. 2014년 확정된 제2차 항공정책기본계획(2015~2019년)에 따라 김포공항에는 ‘3~4개 국제노선 규모 신설 검토 가능’이라는 조항이 추가되긴 했지만, ▦공항 반경 2,000km 이내 ▦인천공항 미개설 노선 ▦국적 항공사 미취항 도시 등 까다로운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해 4월 대만과의 항공회담을 통해 김포~카오슝 노선 개설이 결정됐지만, 1년이 지나도록 운항시기조차 정해지지 않은 것도 인천공항에 카오슝 노선이 개설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천공항의 경쟁력 강화에만 주력할 뿐 김포공항에는 큰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김포공항의 잠재 수요가 있을 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현실화된 신규 노선은 없다”고 말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항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한 후 시설 개선 또는 노선 정리 등이 있어야 한다”며 “인천ㆍ김포공항의 운영 주체인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엇갈리는 정책을 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