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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총선 이변 2030에 달렸다

입력
2016.04.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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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정치부장

한국은 총선, 미국은 대선이다. 두 선거가 서로 경쟁하는 막장 드라마 같다. 드라마 흥행은 사랑과 배신을 어떤 갈등 요소로 엮어 내느냐에 달려 있는데, 우연적 요소가 상식을 넘어서면 막장 이름이 붙는다.

미국에선 후보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경선 중에 룰을 바꿔 막말 후보 교체에 나섰다. 한국은 정치를 오래 취재한 기자들조차 이런 총선은 처음이라고 고개를 젓고 있다. 선거구 획정에서 공천까지 여야 할 것 없이 법석을 떨었다. 당인(黨印)의 주인인 김무성 대표가 부산으로 피신하는 옥새파동을 겪은 새누리당에선 ‘배신의 정치’를 했다는 낙천 후보들이 ‘진실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차르(군주) 소리를 듣던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셀프공천 파동으로,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과의 사랑과 배신 문제에 매달리면서 ‘주인’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국민의당이 이탈표 줍기에 제법 성공하고 있지만 3년 전 안풍(安風)에 비길 바는 못 된다.

선거 공급자인 정치권이 유권자에게 보여준 것이라곤 표 떨어지는 장면밖에 없는 셈이어서, 이번 선거 판은 질 낮은 상품 박람회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선거운동 기간에 전국적 관심을 끄는 이슈나 바람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런데도 구매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말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에 따르면 18,19대보다 12~7%포인트가 많아진 63.9%가 이번 20대 총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여당의 지지기반인 5060세대의 투표의향이 정체된 반면 2030세대에서 적극적으로 투표하겠다는 응답률이 늘어난 결과다. 팔려고 내놓은 상품이 별로 인데 구매자는 늘어난 이런 양상은 본보가 2월말과 3월말, 4월초에 걸쳐 세 차례 실시한 유권자 총선인식 조사에서도 반복된다.

공교로운 것은 2030세대가 지방보다는 수도권에 많이 거주하고, 수도권은 여야 초경합 지역이란 점이다. 이번 총선은 수도권의 122석을 여야가 얼마나 가져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는데, 그 한가운데 2030세대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야가 인정하는 현재의 선거판세는 새누리당에게 절대 유리한 상황이다. 판세전망은 야권분열과 국민의당 선전 덕분에 수도권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해 전체 300석 가운데 150석 이상을 확보한다는 방향에 맞춰져 있다. 더민주조차 수도권 경합지역의 절반을 가져와도 충청과 호남의 성적이 좋지 않아 전체 의석이 100석이 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고 보면 지금 분위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더민주 의석 107석 확보에 실패하면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김종인 대표가 선거 이후 집으로 돌아갈 것이란 얘기가 여권 주변에서 회자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판세에서 조심스럽게 변수를 찾는다면 2030세대의 움직임일 것이다. 여론조사 예측대로 이들의 투표율이 올라간다면 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 때문이다. 2030세대들이 왜 적극적 투표성향을 나타내는지에 대한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여론조사를 잘못한 일종의 ‘노이즈’로 의심되고 아예 무시되기도 한다. 더구나 지금까지 2030세대는 약속하면 꼭 찍어주는 5060세대와 달리 맞춤 공약을 제시해도 투표를 하지 않는 성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잘못이 아니라면, 이번 선거에서 여야 모두에게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2030세대에게 있을 것이란 상황적 설명이 가능하다. 투표는 지지자를 지지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반대하는 후보에 반대하기 위한 ‘심판적 투표’인 경우도 많다. 어떤 해석이 맞을지는 막장 드라마가 막을 내리는 이틀 뒤인 13일이면 알 수 있다. 참고로, 우리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에 대해 청렴의 의무가 있으며,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tg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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