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신경계 치료제 개발 매진
뇌전증 신약 美 판매 승인 눈앞
국내 제약사들은 뛰어난 신약 기술을 확보해도 이를 임상시험 초기 다국적 제약사로 수출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신약개발 후기로 갈수록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세계 시장 판매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우리 신약이 창출한 수익과 가치의 상당 부분이 외국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SK주식회사의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이러한 관행을 거부하고 신약 개발뿐 아니라 글로벌 마케팅과 판매까지 직접 진행하는 종합제약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정식 출범한 것은 2011년이지만 실제 신약개발 역사는 1990년대 유공 대덕기술원 시절까지 거슬러 오른다.
지난 20여년 동안 SK바이오팜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신약 후보물질은 총 15개로,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다.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서 생기는 난치성 병은 신약개발이 어렵다. 그러나 시장의 요구는 크다. 특히 소수 전문의 중심으로 처방이 이뤄지는 특화 분야여서 다른 약들처럼 방대한 영업망이나 제약사 인지도에 판매량이 좌우될 가능성이 낮다.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라는 게 SK바이오팜의 판단이다.
지난달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 질환의 하나인 뇌전증(간질)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3상의 약효시험을 생략하고 승인 신청을 추진하기로 미국 FDA와 협의를 마쳤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기존 약들보다 2배 정도 뛰어난 약효를 보인 임상 2상까지의 결과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바이오팜은 이 물질에 대해 장기 투여에 따른 안전성 시험만 더 진행한 뒤 2017년 FDA에 판매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르면 2018년부터 미국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14년 49억달러 규모에서 2018년 61억달러로, 연 평균 6% 이상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뇌전증 시장의 65%를 차지한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뇌전증 신약 상업화의 문을 연 뒤 이를 유럽과 아시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영입을 추진하고 있고 내년부턴 관련 조직도 구축할 예정이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부사장은 “향후 항암제를 비롯한 신규 질환으로 신약개발 영역을 확대, 2020년 기업가치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바이오ㆍ제약기업으로 발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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