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로 ‘갑질’ 논란에 휩싸인 정우현(68) MPK 그룹 회장이 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약 3시간 가량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정 회장은 조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회색 정장차림으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출석한 정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저의 잘못된 처신으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관리인(경비원)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이번 일로 분노하신 많은 국민 여러분께도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성숙하지 못한 일을 한 점 뼛속 깊이 후회하고 반성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신하겠다”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A4용지 한 장짜리 사과문을 읽는 동안 연신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합의를 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2시간50분간의 조사를 마친 뒤 12시50분 형사과 문을 나선 정 회장은 감금ㆍ상해 혐의 인정했는지, 회장직을 사임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만 끄덕일 뿐 입은 꼭 다문 채 차량에 올라탔다.
이날 경찰은 정 회장에게 경비원 황모(58)씨와 시비가 붙게 된 경위와 폭행 사실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참고인 자격으로 몇 명 더 불러 조사하고서 수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 회장은 2일 오후 10시30분 서울 서대문구의 한 건물에서 경비원 황씨가 자신이 나가기 전에 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그의 목과 턱 사이를 두 차례 손으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장면은 모두 CCTV에 담겼다.
정 회장은 지난 7일 황씨의 집을 찾아 사과했지만 아직 합의를 하진 못한 상태다. 경찰은 정 회장에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폭행죄가 아닌 감금이나 상해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조사했으나 이를 적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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