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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 파악 가능한 개인정보 수집 적절한가?

입력
2016.04.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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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이 공정성 검증을 이유로 여론조사업체에서 응답자의 지지 정당, 후보 등 정치 성향 파악이 가능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관은 공직선거법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응답자의 정치 성향 관련 자료를 거리낌 없이 수집하는 행태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8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서울시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여론조사업체에 응답자 유ㆍ무선 전화번호와 응답데이터를 요구해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을 위반했다”며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심의위는 2014년 2월부터 최근까지 A 여론조사업체에 공직선거법 및 선거 여론조사 기준 위반 여부를 심의한다며 응답자 정보가 담긴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DB)를 요구했다. DB에는 응답자의 집 전화번호, 개인 휴대폰 번호와 선호 정당, 후보자 매칭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게 참여연대 측 주장이다. 심의위는 A업체에서만 이 같은 정보 3,000여건을 제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 측은 심의위가 다른 여론조사업체에서도 같은 형식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가장 큰 우려는 4ㆍ13 총선과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유권자의 정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유출돼 특정 정치 세력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전화번호 뒷자리 일부를 비공개로 하거나 번호와 응답 내용을 따로 제공 받아도 여론조사 조작 여부를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데, 개인의 정치 성향과 지지후보 파악이 가능한 자료를 요구했다”며 “동의를 얻지 않고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심의위는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9항에 따르면 심의 필요가 있을 경우 심의위가 여론조사기관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관련 자료는 조사 신뢰성 및 객관성 입증에 필요한 자료 일체를 뜻한다. 심의위 관계자는 “각 업체의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왜곡됐는지 철저히 검증하려면 유ㆍ무선 번호 전체를 확보해야 한다”며 “민감하고 방대한 개인정보 자료를 공공기관이 무단 유출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심의위 관행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인의 지지정당을 알 수 있는 내용은 ‘민감정보’로 분류돼 일반 개인정보와 달리 수집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선거법에 민감정보까지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 않는데 개인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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