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청사에 5차례나 침입해 공무원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했던 송모(26)씨가 지난 1월엔 학원에 들어가 1차 자체 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송씨가 자신이 재학 중인 제주 A대학교가 실시한 국가직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전형 응시자 선발용 자체 시험을 앞두고 지난 1월 서울 신림동 공무원시험 전문 B학원에서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8일 밝혔다. B학원은 A대에서 시험 출제를 의뢰했던 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의 휴대전화 사용내역 확인 결과 자체 선발시험(1월 23일)이 치러지기 직전인 1월 8일부터 10일 사이 B학원이 있는 서울 신림동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며 “행적을 추궁했더니 이 학원에서 문제지 1부와 답안지 2부를 훔쳤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과 대학 측에 따르면 A대는 학교 몫으로 할당된 지역인재 전형 응시자 7명을 선발하기 위해 B학원에 PSAT(공직적성평가) 형태의 자체 선발시험 문제 출제를 의뢰했다. 이 학원은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등 3과목, 각 100점 만점으로 구성된 시험을 출제했다. 송씨는 1월 23일 치러진 A대 시험에선 평균 81점(총점 245점)을 받아 22명의 경쟁자 중 7명 안에 들었고, 지역인재 7급 본시험 응시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송씨는 불과 한달 반 후인 3월 5일 치러진 PSAT 형태 정식 시험에서는 평균 45점으로 합격선에 한참 못 미치는 점수를 받고 떨어졌다. 그 이후 송씨는 청사 16층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가 합격자를 조작하다 적발됐다.
경찰은 4일 송씨 체포 후 청사 출입 행적을 조사하던 중 송씨가 치른 두 시험 간 점수 차이가 큰 점에 주목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경찰은 송씨를 상대로 B학원에 어떻게 침입해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쳤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한편 혁신처는 전반적인 실태점검을 통해 국가직 지역인재 7급 시험 보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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