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이 설립했던 펀드 주식
총리직 오르기 5개월 전 매각
탈세 의도는 없었다” 주장
브렉시트 국민투표 부정적 영향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부친 이언 캐머런이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펀드로부터 수익을 얻었다고 실토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파나마 페이퍼’가 공개된 지 4일만에 백기를 들었지만 야당은 사퇴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어 사태 진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7일(현지시간) ITV 뉴스의 로버트 페스턴과 진행한 특별 인터뷰에서 부친이 바하마에 설립한 투자펀드 ‘블레어모어 홀딩스’의 주식 5,000주를 아내 사만다와 공동으로 보유했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1997년부터 총리직에 오르기 5개월 전인 2010년 1월까지 해당 지분을 보유하다 3만1,500파운드(약 5,000만원)에 매각했다. 매각 이유를 묻자 캐머런 총리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기득권에 얽매여 있다는 비판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탈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레어모어 홀딩스가 “환율 통제가 시작된 이후 달러화 표시 주식에 투자를 원하는 개인과 기업을 위해 설립한 회사”라며 “당시 이런 펀드들이 수천개에 달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지분에 관해서는 영국 세법에 의해 배당 소득세를 모두 냈으며, 양도소득세는 면세 한도 이하였기에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아울러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30만파운드가 역외탈세와 무관한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해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언 캐머런의 자산 중 일부가 영국의 해외영토로 조세회피처들 중 하나인 저지섬에 있는 부동산 신탁회사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캐머런 총리의 해명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톰 왓슨 노동당 부대표는 “캐머런이 코너에 몰려 탈세와 관련된 주식 소유를 인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재무위원회 소속인 노동당의 존 만 하원의원은 캐머런 총리가 “사실을 은폐하고 호도했다”며 총리직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캐머런 총리가 조세회피처의 역외기업들을 비호해왔다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캐머런 총리는 집권 내내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2013년에는 유럽연합(EU)의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조세 규제 방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캐머런 총리의 실토는 그가 주도하는 유럽연합(EU) 잔류 운동에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영국 방송 BBC는 “캐머런의 정치적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그와 유권자가 멀리 떨어지게 됐다”며 ‘브렉시트(영국의 EU 이탈)’국민투표에 이탈 지지표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마크리 아르헨 대통령도 검찰이 조세 회피 수사 착수
‘파나마 페이퍼’의 여파는 아르헨티나로도 번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연방검찰은 7일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조세회피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페데리코 델가도 연방검사는 국세청과 반부패사무소에 마크리 대통령이 자산신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파나마 페이퍼에 따르면 마크리 대통령은 아버지 프란치스코, 동생 마리아노와 함께 바하마에 설립한 역외회사 ‘플레그 트레이딩’의 이사로 활동했으며, 2007년 부에노스아이레스시장 재임 당시 역외 보유자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마크리 대통령은 “이사로 있었을 뿐 소득을 얻거나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기에 자산으로 신고할 이유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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