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代 적극적 참여 의지
60대 이상 어르신도 꾸준한 발길
인천공항선 20여분 기다리기도
총선 사상 처음 실시된 사전투표 첫날인 8일 전국 3,511개에 설치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의 표정은 여유로우면서도, 나름 비장했다. 사전투표가 2013년 처음 도입된 이래 전국 단위 규모의 6ㆍ4 지방선거까지 적용됐던 덕분인지 ‘선거일 전에, 전국 어디서든’ 한 표를 행사하는 일이 꽤나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특히 사전투표에 적극 참여해 4ㆍ13 본 선거 여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유권자들 스스로 사전투표를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로 보고, 본 선거 투표율을 상승시키려는 일종의 ‘컨벤션 효과’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용산구 남영동 서울역 사전투표소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답게 다양한 연령대의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수도권에 거주하며 서울로 출근하는 길에 들른 30,40,50대 직장인들부터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등교하는 20대 대학생들이 오전 시간대를 주로 장악했다면, 60대 이상의 어르신들도 꾸준히 모습을 보였다. 실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율에서도 20대(15.97%)가 가장 높았고, 60대(12.22%), 50대(11.53%)가 뒤를 이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에선 연령대별 투표율 편차가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은 “선거 당일은, 도리어 투표를 못할 것 같아서 미리 참여했다”는 경우가 다수였다. 선거 당일엔 자신의 지역구에서만 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약이 큰 게 사실이다. 회사 인근의 서울 종로구청 투표소를 찾은 직장인들 역시 “선거날 출근인데 아침에 투표하고 올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일부러 왔다” 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들 다수가 점심시간에 몰리다 보니 대기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속출할 만큼 투표 열기가 높았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해외로 출장이나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이 20분이 넘는 긴 줄에도 불구하고, 출국 전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다. 서울역 사전투표소엔 휴가 기간에 투표소를 찾은 군인들도 일부 눈에 띄었고, 아예 단체로 사전투표에 나선 군부대도 있었다.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에 근무하는 장병 130명은 서울 방배4동 사무소에서, 종로구청 투표소에도 주변 지역 의무경찰 150명이 집단 투표에 나섰다.
사전투표가 본 선거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만큼, 적극적으로 판세를 흔들고자 일부러 참여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2030세대의 투표 참여 의지가 두드러졌다. 서울역에서 만난 유성식(35)씨는 “내 주변만 보더라도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친구들도 이번엔 사전투표를 포함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일단 ‘바꿔야 한다’는 심리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만으로 출국하기 전 사전투표에 참여한 김선진(25ㆍ여)씨는 “20,30대 투표율이 저조하다고 지적 받는데 젊은 사람들도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강윤주 신지후 기자ㆍ박진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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